[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인공지능의 시대, 한국형 AI 인재란?
세계는 현재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 AI 분야에서 뒤처질 경우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는 물론 지구촌의 모든 부문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AI 3강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도 AI 대전환이다. 이 대통령은 ‘AI 100조 원 투자 시대’를 선언하며 대대적인 투자 기반 조성을 약속했다. 특히 정부는 2026년을 AI를 기반으로 한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실행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AI를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카드로 제시했다. 인프라 구축부터 기술 확보, 산업 전환, 인재 양성까지의 모든 영역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현실이 된 AI 시대를 맞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 AI 시대를 견인할 인적자원이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AI 대전환을 통해 양성하려는 한국형 AI 인재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일까.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공개한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인공지능 기반 제어 시스템을 탑재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2028년부터 현대차 공장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 AI 전면 전환 방향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핵심 축은 'AI 전면 전환'이다. 인프라·기술·산업·인재 전 분야에 걸친 AI 대전환을 통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고속도로 구축, 피지컬 AI 육성, 전국민 AI 활용 기반 조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올해는 그 비전을 구체화하는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AI 혁신 인프라인 'AI 고속도로'는 대규모 연산을 뒷받침할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고,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하는 것. 정부·정책금융·민간이 함께 안정적인 연산 자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AI 기술 확보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대규모 AI 연산에 활용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NPU(신경망처리장치) 독자 모델 개발과 국산 패키지 실증 등을 추진한다. 양자컴퓨팅과 슈퍼컴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인프라도 확충한다.
정부는 또 피지컬 AI를 국가 목표로 설정했다. 산학연 연합을 통해 7대 선도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제조 현장용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비롯해 재난 구조 로봇, 물류 로봇, 농업 완전자율 로봇 등이 주요 육성 대상으로 지목됐다. 자율주행을 위한 AI 전환도 추진된다. 정부는 자율주행 중심 AI 전환 계획을 올해 하반기까지 수립해 자동차 산업 전반에 AI 적용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2027년까지 전국에 자율주행 실증 도시를 대거 지정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AI 전환도 추진된다. 한국은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산업구조를 첨단화하지 않으면 제조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부산 등은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제조 AI 2030 전략'을 1분기 안에 마련해 공장과 생산 공정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산업 AX(AI Transformation)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포함한 산업 현장의 AI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고용, 납세 등 수요가 높은 공공부문에도 공공 AX를 단계적으로 확산해 행정과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기술·산업 전환과 함께 '전국민 AI 한글화'를 포함한 AI 기본사회 구축에도 나선다. 온라인 AI 교육 기반을 구축해 초중고 학생은 물론 대학생, 비전공자, 청년, 재직자, 일반 국민, 소상공인·자영업자까지 폭넓게 AI 활용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국가 공인 AI 자격증의 확대도 추진된다. 교육과 산업 현장을 연결해 AI 활용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AI 대전환은 인프라·기술·산업·인적자원 등 국가 산업, 경제, 사회 구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그래픽처리장치(CPU) 대량 확보, AI 데이터 센터 확충 등 핵심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해 5월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발언을 주고 받고 있다.부산일보DB
■ 한국형 AI 인재란?
정부가 추진하는 'AI 전면 전환'의 핵심 인프라는 한국의 미래 AI 시대를 이끌 인재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AI 인재는 어떤 사람을 의미할까. 최근 생성형 AI 사용이 일반화된 데다 정부가 국가 주도의 AI 대전환까지 추진하면서 “이대로 가면 나만 도태될지 모른다”거나 “나는 점점 효용가치가 떨어지겠구나”는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학생들의 경우엔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다수다. AI가 기존 일자리의 상당수를 대체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가 점점 현실화되면서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AI 시대에 인간 사고력과 문해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철학 등 인문학 계열 학과의 입학 경쟁률까지 치솟고 있다.
통상 그동안 AI 인재는 생성형 AI 모델 개발자나 자율주행 알고리즘 연구자 등을 의미했다. 즉 새로운 모델을 연구 개발할 수 있거나 AI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남다른 수학적 사고력을 갖춘 박사급 연구자나 고급 개발자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핵심 기술 인재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협의의 AI 인재라고 할 수 있다.
AI 인재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업무 혁신을 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정부가 정한 ‘모두의 AI’라는 국정 비전을 감안하면 AI 인재의 의미는 한층 확장된다. 일부 공학도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교과과정 개편, 직장인 대상 재교육 등을 통해 초중고부터 대학생과 경제활동인구 등 전 생애에 걸쳐 AI 소양 교육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AI 인재는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소수의 전문가, 의료, 제조, 금융 등 각 산업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다수의 실무 인력을 지칭하는 융합인재, AI를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일반 시민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이런 점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는 “AI 기술혁명은 노동자에게 실직의 공포가 아니라 능력 향상의 도구가 돼야 한다"며 "AI 기술 발전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청년·중장년·취약계층 등의 특성에 맞는 모두의 AI를 위한 직업훈련을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현재 정부가 바라는 한국형 AI 인재의 범주를 넓게 해석하면 AI를 다룰 수 있는 모든 국민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셈이다.
지난해 4월 10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등학교에서 열린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 공개수업에서 초등학생이 AI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모든 국민이 AI 인재…코파일럿 경제 시대로
현재의 우리는 AI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기대감도 있지만 불안감도 큰 상황이다. 국제 민간 싱크탱크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7일 공개한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2030년 일자리의 네 가지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보고서는 AI로 인해 바뀔 미래를 네 가지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초고속 발전'이다. AI 발전 속도가 빠르고 해당 사회의 적응 준비도 잘 된 상태에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서는 생산성이 급증하고 AI가 산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직업도 빠르게 창출된다고 한다. 이때 인간의 역할은 AI에이전트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터'로 바뀌게 된다. 두 번째는 AI 발전 속도가 인력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는 '대체 시대'다. 조직과 개인이 AI의 빠른 발전 속도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익을 노린 자동화에만 집중, 대규모 실업과 사회적 균열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세 번째는 '코파일럿 경제'다. 준비가 잘 된 인간과 AI의 협업에 초점을 맞춘 경우다. 인간의 기술 적응이 AI 발전 속도보다 빠르거나 병행될 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의미한다. WEF는 이 사례를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고용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꼽았다. 네 번째는 '정체된 발전'이다. AI 발전도 부진하고 인간의 대처도 부족한 경우를 가정했다. AI 발전 속도도 느리지만, 인력들의 AI 활용 기술도 부족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AI 전문성을 갖춘 일부 기업과 국가에 이익이 집중되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부작용이 촉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는 ‘AI 시대의 협업: 에이전트·로봇·인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AI와 로봇의 확산을 통한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책임 있는 결정과 의사소통, 조정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AI를 만드는 소수의 개발자보다, AI를 이해하고 개입 시기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등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을 가진 다수의 노동자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현재 정부의 AI 대전환 계획은 코파일럿 경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국민이 AI 기술에 제대로 적응할 때 생산성이 급증하고 혁신이 일상화되는 미래를 일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거의 모든 국민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인터넷 사용 소양을 갖췄던 게 IT 강국 도약의 동력이 된 것과 같은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즉, AI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소수의 전문가와 융합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AI 인재로 거듭 나도록 하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교육과 우리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인식 전환 자체가 가장 시급하면서도 절실한 목표인 셈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2월 공개한 전국 최초의 인공지능(AI) 로봇 기반 전기차 자동 충전 시스템인 '서울 보이'. 연합뉴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