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만으로 바닷물 가열해 식수 얻는다…UNIST, ‘해수 담수화용 고성능 증발기’ 개발
광열변환 성능·내구성 모두 갖춘 고성능 증발기 개발
산화물 광열변환 소재 중 최고 성능·무동력 해수담수화기술
(왼쪽부터) UNIST 장지현 교수, 라나 이르판 박사(제1저자), 김성도 박사, 이진영 연구원. UNIST 제공
그림. 태양광 담수화 모식도. 햇빛으로 달궈진 증발기가 바닷물을 수증기로 만들면, 수증기가 경사진 유리창 표면에 응축돼 물방물이 경사면을 타고 흘러 한 군데 모인다. UNIST 제공
전력 공급 없이 태양광만으로 바닷물을 가열해 마시는 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나 도서 지역의 식수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팀은 햇빛을 받아 바닷물을 가열하는 3원계 산화물 기반 증발기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장치로 바닷물을 증발시킨 뒤, 이를 응축하면 전력 없이도 마실 수 있는 담수를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증발기를 바닷물에 띄워 놓으면 1㎡(제곱미터) 크기에서 1시간 만에 약 4.1L(리터)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연적인 해수 증발 속도의 7배 가까이 되며,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산화물 소재 기반 장치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증발 속도다.
이러한 고성능의 비결은 새로운 광열변환 소재에 있다. 광열변환 소재는 태양 빛을 흡수해 열로 바꾸는 소재로, 증발기 표면에 얇게 코팅된다.
그림. 3원계 스피넬 산화물 기반 태양광 해수 담수화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구조. (a) 기존 망간 스피넬 산화물에서는 흡수된 빛 에너지가 방사 재결합으로 일부 손실되는 반면, 구리(Cu)와 크롬(Cr)을 치환한 3원계 스피넬 산화물(우측)에서는 비방사 재결합(non-radiativerecombination)이 증가해 더 많은 에너지가 열로 전환됨. (b) 상부에는 석영 창이 설치돼 태양광을 투과시키고, 중앙에는 광열 재료가 코팅된 증발면이 위치한다. 물은 폴리에스터 스트립을 따라 증발면으로 공급되며, 증발 과정에서 소금은 가장자리로 이동해 축적된다. 발생한 수증기는 석영창에 응축돼 담수로 회수된다. (c) 해수 정화를 위한 확장형 부유식 장치. UNIST 제공
연구팀은 내식성이 뛰어난 망간 산화물의 망간 일부를 구리와 크롬으로 치환해 3원계 산화물 광열 변환 소재를 만들었다. 물질의 조성을 조절해 물질이 흡수할 수 있는 태양광 파장 대역을 설계하는 ‘밴드갭 엔지니어링’ 기술이다. 일반적인 산화물 소재는 가시광선 파장 영역까지만 흡수하는 데 그치지만, 개발된 소재는 자외선부터 가시광선, 근적외선 영역까지 빛의 97.2%를 흡수한다.
또 흡수된 태양광이 열로도 잘 변환된다. 망간 자리를 크롬이나 구리가 차지하게 되면 흡수된 태양 빛 에너지가 다시 빛 형태로 방출되기보다 열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재 표면 온도가 80℃까지 올라간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63℃에 그쳤던 기존 망간 산화물이나, 74℃를 기록한 구리망간 산화물보다 월등히 높은 성능이다.
장치 구조 설계 또한 염 축적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최적화했다. 역U자형 구조로, 광열변환 소재가 코팅된 증발면 부분은 물을 잘 흡수하는 면 소재를, 나머지 부분은 폴리에스터 소재가 적용됐다. 폴리에스터의 섬유 구조는 빨대처럼 물을 빠르게 끌어 올리는 역할을, 폴리에스터 자체의 소수성 성질은 소금이 증발면에 달라붙지 않게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각각 해준다.
장지현 교수는 “기존 산화물 광열변환 소재들이 빛을 흡수하는 대역이 좁아 효율이 낮았던 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광열변환 특성 또한 향상시켜, 고성능 증발기를 만들 수 있었다”며 “소재의 내구성이 뛰어나고 대면적화도 쉬워, 실제 식수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16일 온라인 공개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연구 수행은 ‘미세플라스틱 대응 화공·바이오 융합 공정 연구센터’의 ERC 과제와 중견연구과제, Brainpool사업, 이노코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