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부정출혈, 자궁이 보내는 ‘경고등’… 호르몬 불균형·스트레스 주 원인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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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암 등 악성질환도 원인
연령별 원인·치료법 달리 접근
자궁내시경, 진단·치료 한번에
폐경 이후엔 반드시 정밀검사

여성의 부정출혈은 연령대별로 원인이 다양하고 질환이 동반될 수도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순병원 김영삼 원장은 “부정출혈은 여성의 몸이 내보내는 경고등일 수 있는 만큼 원인을 정확히 찾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순병원 제공 여성의 부정출혈은 연령대별로 원인이 다양하고 질환이 동반될 수도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순병원 김영삼 원장은 “부정출혈은 여성의 몸이 내보내는 경고등일 수 있는 만큼 원인을 정확히 찾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순병원 제공

직장인 A(35) 씨는 최근 생리가 끝난 지 2주 밖에 지나지 않은 출근길에 갑작스러운 출혈을 경험했다. 출혈량이 많고 이틀간 지속돼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불안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부정출혈은 정상적인 생리 기간이 아닌 시기에 나타나는 모든 질과 자궁 출혈을 의미한다. 정상 월경의 주기는 21~35일, 기간은 2~6일, 양은 20~60ml인데 이를 벗어나는 경우 해당된다. 순병원 김영삼 원장은 “자궁의 해부·조직학적 병변이나 내과적 질환이 있을 때, 특별한 해부학적 이상이나 전신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무배란 주기와 연관돼 나타나는 기능성 출혈도 부정출혈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원인 다양

부정출혈은 연령에 따라 원인과 치료 접근 방식이 크게 다르다. 국제 산부인과학회는 원인을 구조적 원인과 비구조적 원인으로 분류한다. 구조적 원인에는 자궁내막 용종,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악성 종양 등이 있고, 비구조적 원인으로는 혈액응고 장애, 배란장애, 자궁내막 이상, 약물 복용 등이 있다.

사춘기와 청소년기에는 무배란성 출혈과 혈액응고 이상이 주요 원인이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배란장애, 임신 관련 출혈, 자궁근종, 자궁내막 용종, 호르몬제나 피임약 관련 출혈, 자궁경부 병변 등이 원인이 된다. 폐경 전후에는 자궁내막 위축, 자궁내막 증식증,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몸에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부정출혈은 발생할 수 있는데, ‘호르몬 불균형’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여성의 생식 기관은 호르몬 변화에 매우 민감해 수면 부족, 과도한 운동, 급격한 체중 변화 등 일상적인 요인만으로도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단시간에 급격하게 체중을 줄이는 극심한 다이어트는 특히 위험하다. 스트레스 역시 주요 원인이다. 정신적 피로가 지나치게 누적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이 많아지면서 황체호르몬과 난포자극호르몬에 영향을 줘 생리 주기가 변하거나 생리 주기 사이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나 경구 피임약 같은 호르몬에 영향을 끼치는 약물도 부정출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생리 주기와 맞지 않는 출혈이 있다면 임신 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한다. 임신 후반기에는 조기 진통 등으로 인한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자궁내시경 등으로 치료

부정출혈이 생겼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 질환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부정출혈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자궁과 난소의 종양, 자궁근종, 자궁내막 증식증, 골반염, 자궁내막의 용종, 자궁경부암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부정출혈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월경력에 대한 정확한 문진이다. 성관계 유무, 출산 유무, 피임약 복용 유무, 체중 증가나 감소, 전신 질환 유무를 확인한다. 김 원장은 “내진 등 기본 검사와 함께 초음파로 자궁과 난소를 살피고 자궁경부암 검사를 진행한다”며 “침습적 검사로는 자궁내막 조직검사, 자궁내시경 검사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자궁내시경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최근 들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자궁내시경은 질과 자궁경부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자궁 팽창 물질을 투여하면서 자궁 내부를 직접 시각화하는 검사 방법이다. 초음파나 MRI로 진단하기 애매한 경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치료까지 가능해 환자의 시간과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되며 퇴원과 회복이 빠른 것도 장점이다.

진단적 내시경은 마취 없이 외래에서 간단하게 시행하며 통증은 경미하다. 치료적 내시경은 수면 마취나 전신 마취 하에 시행된다. 김 원장은 “자궁 천공이나 출혈, 감염, 관류액 이상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시술자의 경험과 숙련도가 합병증 발생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조기 검진과 관리 필수

모든 부정출혈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출혈의 양상이 뚜렷하게 달라지거나 빈도가 늘어난다면 단순한 호르몬 문제가 아니라 자궁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출혈량이 많아 빈혈, 어지럼증, 구토 등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산부인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평소보다 심한 생리통이 있거나 월경량이 변했을 때, 성병 의심 증상이 있을 때, 폐경 이후에 갑자기 부정출혈이 생겼을 때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경 후 여성의 부정출혈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자궁내막암이나 자궁경부암 같은 악성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부정출혈이 잦다고 방치할 경우 자궁과 난소의 염증이나 난임, 무월경을 겪을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는 필수다. 반복되는 출혈은 빈혈을 유발해 전신 피로와 면역력 저하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조기 발견은 치료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있다면 빠른 진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원장은 “부정출혈은 연령별로 원인이 다르며 진단명이 아닌 증상이고 특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여성의 몸이 내보내는 경고등일 수 있는 만큼 원인을 정확히 찾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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