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0파운드 지폐 속 화가 터너 첫 한국 전시
경주 우양미술관, 판화 등 86점 선보여
영국 대표 풍경화가로 판화도 새 지평
현대미술 권위 ‘터너상’ 이름 딴 작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스코틀랜드 벤 아서'(Ben Arthur, Scotland), 1819년 1월 1일 발행, 에칭, 메조틴트, 갈색 잉크 인쇄. ©Wooyang Art Museum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스코틀랜드 이탄 늪'(Peat Bog, Scotland), 1812년 4월 23일 발행, 에칭, 애쿼틴트, 메조틴트, 갈색 잉크 인쇄. ©Wooyang Art Museum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작품이 국내 처음으로 경주를 찾아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경북 경주에 있는 우양미술관은 12월 17일부터 2026년 5월 25일까지 ‘터너: 인 라이트 앤 셰이드’(Turner: In Light and Shade, 빛과 그림자)를 열고 있다. 터너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휘트워스 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다.
터너는 19세기부터 전 세계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영국의 대표적인 풍경화가다. 그의 이름을 딴 ‘터너상’은 영국 현대미술의 최고 권위 상으로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이 1984년 제정했다. 2020년 2월엔 영국 20파운드 지폐 뒷면에 터너 초상화(1799년 작)와 그의 대표작 ‘전함 테메레르’(1839년 작), 그리고 인용구(“빛은 그러므로 색이다”) 등을 새겨 넣었을 정도다.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스위스 성 고트하르트 고개의 폭풍'(Storm in the Pass of St Gothard, Switzerland), 1845, 수채, 불투명 수채, 스크래치. ©Wooyang Art Museum
이번 전시에서 유일한 유화 작품으로 선보인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마게이트 부두 앞 바다에서'(Off Margate Pier), 1840, 캔버스에 유채. ©Wooyang Art Museum
이번 전시에서는 터너의 풍경 판화 연작을 집중 조명한다. 71점의 판화와 수채화 11점, 유화 1점, 기타 3점 등 총 86점을 전시한다. 터너는 풍경 판화로 자신의 예술에 또 다른 지평을 열고 새로운 관객과 만날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신세대 메조틴트 판화가와 협업해 판화라는 매체를 예술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고 변모시켰다.
특히 영국과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직접 그린 풍경 스케치를 바탕으로 ‘리베르 스투디오룸’이라는 판화 연작을 제작했고, 총 71점을 출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탁월한 작품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풍경 판화 연작인 ‘리베르 스투디오룸’을 탐구한다. ‘연구의 서’라는 뜻의 제목이 붙은 이 연작은 터너의 명성이 절정에 올랐던 1807년부터 1819년 사이에 14회 출판되었고, 71점 모두를 처음 한자리에서 공개한다. 휘트워스 미술관이 ‘리베르 스투디오룸’을 관객 앞에 내놓은 것은 100년 만이다. 여기에 휘트워스 미술관이 소장한 수채화 명작들도 함께 전시된다. 휘트워스 미술관의 터너 수채화 컬렉션은 런던을 제외하면 영국에서 가장 방대하다.
경북 경주에 있는 우양미술관은 12월 17일부터 2026년 5월 25일까지 ‘터너: 인 라이트 앤 셰이드’(Turner: In Light and Shade)를 열고 있다. 사진은 전시 전경. 우양미술관 제공
박지향 학예실장은 “판화를 예술 장르로 편입하기 위해 터너가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필 소중한 기회”라면서 “터너의 풍경화에 담긴 고유의 색채와 대기를 표현한 방식이 판화라는 매체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살펴보면서 선, 명암, 여백의 삼중주를 감상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양미술관은 전시 기간 상설 프로그램으로 판화 제작과 21세기 풍경 작품 만들기, 나만의 작은 갤러리 만들기 등 5개의 연계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입장은 유료.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매주 월요일·1월 1일·설날 당일 휴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