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결국 문제는 '전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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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스시코가 성탄절을 앞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변전소 화재에 따른 대규모 정전이 원인이 됐다.

하지만 정작 도시의 핵심 기능인 도로를 마비시킨 건 구글이 운영하는 무인택시 ‘웨이모’였다.

정전 때문에 식당과 상점의 조명이 꺼지자 시민들은 귀가를 위해 차분하게 도로로 나섰고, 작동이 멈춘 신호등 앞에서도 질서있게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웨이모가 길 한복판에서 비상등을 켜고 그대로 멈춰 서기 시작했다. 신호등과 같이 지켜야할 교통 규칙이 없어지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신호가 약해지면서 운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되는 웨이모는 현재 300여대로 알려졌다. 수백 대도 안되는 웨이모이지만 먹통이 된 신호등 때문에 밤새 갈팡질팡하고, 도로 가운데 멈춰서자 일반 자동차와 행인들도 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웨이모는 정밀한 도시 지도를 미리 익혀서 움직이며 레이더·카메라 등 센서로 신호등과 행인 등 실시간 상황을 인지한다. 하지만 신호를 읽을 수 없게 된 웨이모는 미리 설계된 프로그램대로 안전 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멈춰버린 것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정전이나 고장으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차량의 흐름을 읽으면서 대응할 수 있지만 ‘더 똑똑한’ 웨이모는 그런 임기응변이 안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벌어지자 웨이모와 경쟁 중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로보(무인)택시는 샌프란시스코 정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깐족댔다. 테슬라는 운전석에 안전 요원이 탑승한 상태로 ‘감독형 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운영된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정교한 센서와 카메라를 갖췄다하더라도 도시 전력망이라는 인프라가 무너질 경우 아무리 최첨단 시스템이라도 완전히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가 보여준 것이다.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고도화되지만 도시 인프라가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도시 전체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대통령 직속으로 AI 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만들어 AI를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초 인프라인 ‘전기’의 안정적인 수급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다면 엄청난 혼란에 맞닥뜨릴수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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