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걸크러시' 영화배우 김지미 85세 일기로 별세 [종합]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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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김지미가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당시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김지미. 부산일보DB 영화배우 김지미가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당시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김지미. 부산일보DB

영화계 ‘원조 걸크러시’로 불렸던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가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10일 “김지미 배우가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이장호 감독이 알려 왔다”고 밝혔다.

1940년 충남 대덕군(현 대전 대덕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덕성여고를 휴학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17세 때 김기영 감독의 눈에 띄어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이때 얻은 예명 ‘김지미’가 배우 이름으로 굳어졌다.

고인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해 1992년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끼꼬 소냐’까지 7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영화계의 대표 스타 배우다. ‘토지’(1974·김수용), ‘길소뜸’(1985·임권택) 등을 통해 거장들과도 작업하며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1972년엔 김수용 감독의 ‘옥합을 깨뜨릴 때’로 제15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부산과도 인연이 깊다. 2010년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고인은 영화 제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85년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한 뒤 ‘티켓’(1986·임권택)을 비롯해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고인은 2019년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굳이 한국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야 하느냐”라는 정부 당국의 견제로 ‘티켓’ 제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인은 1995년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1998년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영화 행정가와 활동가로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는 ‘김지미를 아시나요’라는 타이틀로 김지미 특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김지미는 “두 딸을 내가 키우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다”라며 “(데뷔 전인)17세로 돌아갈 수 있다면 영화배우는 안 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협회 주관 영화인장을 준비하고 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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