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새 수장에 강성 이종철 당선
“퇴직금 누진제·주 35시간 도입” 등 공약
현장 권력 복원에 내년 노사 관계 격랑 예고
이종철 11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이끌 차기 수장으로 강성 성향의 이종철(53) 후보가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현장 권력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퇴직금 누진제 도입과 주 35시간 근무제 등 민감한 공약을 제시해 향후 노사 관계의 격랑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0일 치러진 제11대 임원 선거 결선 투표 개표 결과, 기호 1번 이종철 후보가 1만 7879표(54.58%)를 득표해 임부규 후보(1만 4228표·43.44%)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1996년 현대차에 입사해 현장 조직인 ‘금속연대’ 소속으로 활동했다. 2008년 노동법 개정 반대 투쟁을 주도하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강성 행보를 보여왔다. 이후 노조 대의원, 울산4공장 사업부 대표, 단체교섭 위원, 울산지방노동위원회 노동자 위원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과 조직력을 다졌다.
이번 선거에서 이 당선인은 조합원들의 실리를 극대화하는 공약으로 표심을 공략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퇴직금 누진제’ 도입이다. 근속 5년부터 구간별로 최소 2개월에서 최대 7개월 치(20년 이상) 퇴직금을 더 얹어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평균 임금이 1000만 원인 근로자가 28년을 근무할 경우, 기존 산정액보다 약 7000만 원이 늘어난 총 3억 5000만 원을 받는 구조다. 이 밖에도 상여금 800% 쟁취, 통상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약속했다.
근로 조건과 채용 방식의 변화도 예고했다. 이 당선인은 내년부터 연구·일반직과 전주공장을 시작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연구·일반직은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기술직(생산직)은 매일 근무 시간을 1시간씩 줄이는 내용이다. 당선 직후 전담팀(TFT)을 꾸려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년퇴직 인원에 비례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고 울산·전주 등 공장 소재지 출신 지원자에게 채용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지역 밀착형 공약도 제시했다. 고용 안정을 위해 전동화 및 해외 공장 운영에 노조 개입력을 강화하고,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 연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이 사측의 경영권이나 인건비 부담과 직결된 사안이라 향후 단체교섭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신임 지부장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물’을 강조하며 당선된 만큼, 임기 초반부터 공약 이행을 위해 사 측을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