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국제거래 규제’ 최종 부결…한숨 돌린 한국
‘멸종위기종 국제거래 협약(CITES)’ 당사국총회 성료
‘뱀장어속 전종 CITES 부속서Ⅱ 등재’ 최종 부결
EU·파나마 제안 채택 시 실뱀장어 거래비용 ‘쑥’
실뱀장어의 80% 수입 의존 한국에 부담 우려
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 제20차 당사국총회 본회의에서 한국이 핵심 의제로 대응해 온 ‘뱀장어속(Anguilla spp.) 모둔 종의 CITES 부속서 Ⅱ 등재 제안(제안서 35번)’이 최종 채택되지 않아 등재 부결이 확정됐다. 해수부 제공
유럽연합(EU)이 제안한 뱀장어 국제거래 규제안이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 당사국 총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에따라 ‘뱀장어속(Anguilla spp.) 모든 종의 CITES 부속서 등재’에 반대해온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등 국가들은 한 숨을 돌렸지만 자원 관리 강화, 국내 유통의 투명성 확보 등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정부대표단은 5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 본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이 핵심의제로 대응해 온 ‘뱀장어속(Anguilla spp.) 전종의 CITES 부속서 Ⅱ 등재 제안(제안서 35번)’이 최종 채택되지 않아 제안이 완전히 부결됐다고 밝혔다. 정부대표단(수석대표: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해양수산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외교부, 산림청으로 꾸려졌다.
극동산 뱀장어(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 부속서 II로 등재 제안됐으나 부결). 출처: 해수부 국립수산과학원
해당 제안서는 EU와 파나마가 공동 제출한 것으로, 뱀장어속 모든 종에 대한 국제거래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앞서 제안서는 지난 1월 27일 표결에서 찬성 35개국, 반대 100개국, 기권 8개국으로 큰 표 차이로 부결된 바 있으며, 이번 총회에서도 이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어 최종 부결로 확정됐다.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등 다수 국가는 제안서에 대해 과학적 근거 부족, 과도한 규제 확대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정부대표단은 표결 이후에도 EU 및 파나마의 제안서 재상정(reopen) 가능성에 대비해 5일 총회 최종 확정 전까지 제안국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협력국과의 실무 간 협의를 지속해 왔다.
한국은 뱀장어 인공종자 생산이 어려워 양식에 필요한 실뱀장어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당 제안이 채택될 경우 실뱀장어 거래 비용 급증에 따른 장어 가격 등이 우려된다. 일본의 경우도 세계 최대 장어 소비국이다. 지난해 일본 국내에 공급된 장어 약 6만 1000t(톤) 가운데 70%가량이 수입산(중국산이 90% 차지)일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크다.
우리 정부는 제안서 등재 반대 입장을 개진해 왔으며, 뱀장어속 전종의 CITES 부속서 Ⅱ 등재 부결은 우리 정부가 40여 개 당사국과 양자·다자협의를 통해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낸 결과라는 후문이다.
오카피(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 부속서 I 등재). 해수부 제공
한편, 총회 결과 브라질은 고급 현악기 활 소재인 ‘브라질나무(Paubrasilia echinata)’의 국제거래 전면 금지(부속서Ⅰ)를 제안했으나, 협의 결과 야생 개체에 한해 국제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제작된 현악기 활 등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로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오카피, 칠레와인야자 등 일부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고유종의 국제거래 금지(부속서Ⅰ 등재)가 채택됐다. 고래상어 및 쥐가오리과 전종에 대해서도 국제거래 금지(부속서I 등재) 및 일부 까치상어류 등 연골어류 종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함께 의결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당사국총회는 해수부, 기후부, 외교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과학적이고 책임 있는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계기가 되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멸종위기종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국제 협력에 계속 참여하고, 관련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20차 CITES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총회 공식 홈페이지(cites.org)에 향후 게시될 예정이며, 별도 조건이 없는 경우 회의 종료 90일 후인 2026년 3월 4일부터 발효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