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첨단 기술의 부산 제조업 가치 IPO로 자본시장의 정당한 평가받을 것 [중견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5. SB선보
2027년 목표 기업공개 본격 추진
자회사와 묶어 단일 법인 새 출발
기술력·품질은 이미 세계 정상급
이례적 ‘오픈 이노베이션’에 호평
SB선보 최금식 회장은 2027년을 목표로 IPO를 준비한다. SB선보 제공
부산의 대표 조선기자재 업체 SB선보가 2027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SB선보는 K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고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SB선보 최금식 회장은 “이번 IPO 추진은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차원을 넘어, 친환경·첨단 기술 기업으로 진화한 부산 제조업의 가치를 자본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SB선보의 승부수는 치밀한 준비 끝에 나왔다. 회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발주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7월, 모기업인 선보공업과 자회사 선보유니텍, 선보하이텍, 선보피스 등 4개 사를 묶어 단일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통합 시너지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 회장은 “SB선보는 10여 년을 연 매출 1500억 원에서 2000억 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조선업의 슈퍼 사이클, 친환경 조선기자재 호황 등과 맞물려 올해 2800억 원, 내년 3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이번 IPO는 친환경 선박 전환이라는 해운조선 대전환기에 부산 기반 제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의 원천은 세계 시장이 먼저 알아본 기술력에 있다. 최근 SB선보는 조선업 호황을 타고 터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카라데니즈 홀딩스’와의 협력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카라데니즈 홀딩스는 세계적 발전선(Powership) 운영사이다. 카라데니즈 홀딩스의 오스만 무라트 카라데니즈 회장은 지난달 25일 부산을 방문해 SB선보,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카라데니즈 회장의 일정이다. 당시 카라데니즈 회장은 방한 1주일가량 일정을 SB선보 측에 일임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기업 총수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자신의 일정을 통째로 맡기고, 부울경 지역 산업 현장 방문을 요청한 것은 우리 기술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발전선이 가동되려면 발전선과 연료 공급선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SB선보는 이 핵심 연결고리인 LNG 연료 공급 시스템과 선박 제작을 담당한다. 최 회장은 “글로벌 선도기업인 카라데니즈가 부산을 해양 플랜트의 허브로, 그리고 SB선보를 그 협력의 시발점으로 삼았다는 것은 우리가 앵커 기업으로서 지역 협력업체들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와 조선업계가 SB선보의 상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도 바로 이 독보적인 기술 장벽 때문이다. 핵심 제품인 ‘LNG 연료공급시스템’(FGSS)은 영하 162도의 초저온 액체 가스를 기화시켜 엔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납기와 품질, 기술력 면에서 SB선보를 사실상 세계 1위로 평가한다.
최 회장은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원과 통합 법인의 역량을 ‘선샤인 밸류체인’ 완성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는 선박의 탈탄소화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술 생태계로, LNG를 넘어 암모니아 연료 시스템, 수전해 기술, 그리고 선박 내 탄소 포집(OCCS) 기술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특히 제조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도입한 점도 IPO 시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자회사인 액셀러레이터 선보엔젤파트너스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혁신 아이디어에 SB선보의 40년 제조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결합해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최 회장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스타트업의 혁신 역량과 SB선보의 검증된 제조 인프라를 결합해 부산에서도 유니콘 기업 못지않은 기술 기반 상장사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