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강남4구·마용성 아파트 증여 2077건 모두 검증…“세금없는 부 대물림 철처히 대응”
시가 신고, 부당한 감정평가 아닌지 검증
시가보다 낮으면 국세청 직접 시가 산정
증여자 재산형성 과정 탈세 여부도 조사
국세청 오상훈 자산과세국장이 4일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서울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증여 2000여건을 모두 검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제공
# 산부인과 의사와 성형외과 의사인 A씨 부부는 고가 부동산을 다수 사들인 뒤 자녀에게 1채를 증여하며 증여세를 신고했다.
국세청은 부부가 신고한 소득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매우 비싸고 사치성 소비 지출이 큰 것을 발견하고 자금출처 확인에 들어갔다. 그 결과, A씨 부부는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그 자금으로 고가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가 있어 자금출처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 B는 모친으로부터 서울의 수십억원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담부증여를 받았다.
B는 근저당 채무에 대해 자신의 근로소득으로 상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신용카드 사용액 등 생활비·자녀유학비·해외여행경비 등 호화 사치생활 자금에 대한 출처가 불분명했다.
국세청이 확인한 결과, 본인 소득은 근저당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생활비 등을 모친으로부터 증여받은 혐의가 있어 자금출처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국세청이 서울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증여 2000여건을 모두 검증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국세청은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증여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며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4구와 마용성 소재 아파트 증여의 세금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1∼7월 중 강남4구·마용성 아파트 증여 건수 2077건이 대상이다. 이 가운데 국세청에 증여세를 신고한 경우는 1699건이다.
국세청은 시가로 신고한 1068건은 적절한 가액인지, 부당하게 감정평가를 받은 것은 아닌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한 631건 중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한 부동산은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해 시가로 과세할 예정이다.
아버지에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은 A씨는 같은 단지의 동일 평형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된 사실을 알고 예상보다 증여세 부담이 커지자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감정평가법인에 시가보다 낮게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A씨는 인근 아파트 매매가격의 65% 수준인 감정가액 39억원으로 증여세를 신고했다.
국세청은 이에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시가를 바로잡고, 저가 평가한 법인은 ‘시가 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담부증여, 담보 등 채무를 이용한 편법 증여도 들여다본다. 부담부 증여란 증여재산이 담보로 잡힌 채무까지 인수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쪼개기 증여’나 합산 과세를 피하기 위한 ‘세대 생략’ 꼼수도 있다.
부친이 고가 아파트를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취득세 납부를 위한 현금 수십억원도 함께 줬지만, 아파트와 현금이 합산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현금은 조부가 세대 생략 증여하는 것처럼 위장 신고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아울러 증여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탈세 등 문제가 없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내집마련의 꿈을 위해 땀흘려 일하는 서민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일으키는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에 철저히 대응해 조세정의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