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지원할 법률 없어… 해저 개발 시설 추진 때 종종 당혹 [71%의 신세계, 해저시대로]
해저 공간 포괄하는 법체계 미비
추진 단계마다 법적 검토 필요
해수부, 체계화 법률 준비 중
해저 개발, 국가 전략산업 격상
2022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해저공간 창출과 활용 기술개발’ 사업을 브리핑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022년 시작한 ‘해양 공간 창출 및 활용 기술개발’ 사업은 해저 30m 지점에 모듈형 수중 구조물을 설치하는 국가사업이다. 연구원들이 30일 정도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로, 기술적 어려움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해저 개발에 관한 법과 제도가 없어 난감한 상황들이 종종 연출됐다.
아직 국내엔 해저 공간 이용, 정주 및 인프라 전반을 포괄하는 전용 법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해저 공간이나 바닷속 인공물에 대해 명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어렵다. 해상 선박이나 육상 건축물은 각각의 안전과 관리 규정이 있지만, 해저 정주 공간에 대한 별도 기준은 없다.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보니 관리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결국 해당 프로젝트는 건축법, 공유수면법, 선박안전법, 해양환경관리법 등 여러 관련 법들을 검토해 최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은 단계마다 사업 주체들이 자체적으로 법적 검토, 관리 기준 설정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법이 마련되고 정비되지 않으면, 향후 비슷한 해저 설비를 추진할 때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관련 법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자주 나온다. 국제해저기구(ISA)는 광범위한 심해광물탐사 환경영향평가와 주기적인 모니터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해저광물자원법’ 등 국내 관련 법에도 환경조사 등이 언급돼 있다. 하지만 기준이나 범위 등의 구체성이 떨어져, ISA나 선진국보다 취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해저 개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방향성을 잡아줄 법률이 없다는 거다. 2018년 해수부는 ‘심해저활동 등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심해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해저광물자원법이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한다면, 심해저법은 체계적인 지원으로 해저 개발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심해자원에 대한 정의를 비롯해 지원근거·지도감독·환경 의무 등을 한 법에 모아, 해저 개발 상업화를 대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시 국회는 해당 법률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고, 2020년 심해저법은 자동 폐기됐다. 현재 해수부는 심해저법을 보강해 다시 입법화를 준비하고 있다.
해수부는 탐사부터 상업화까지 전체 과정을 정부 관리에 넣어 체계화하는 법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활동기본계획을 법제화해, 해저 개발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보강된 심해저법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해저 시대 준비도 함께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