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유출됐던 진주 ‘독성도’ 61년 만에 집에 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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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진주 호국사서 공개
9월 오스트리아 경매 낙찰받아
시도지정 문화유산급 가치 판단

진주 독성도 모습. 초대 주한 프랑스대사를 지냈던 로제 샹바르가 근무 당시 수집해 국외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우 기자 진주 독성도 모습. 초대 주한 프랑스대사를 지냈던 로제 샹바르가 근무 당시 수집해 국외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우 기자

국외로 유출됐던 경남 진주시의 불교 문화재가 60여 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23일 대한불교 조계종과 진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조계종 제12교구 진주 호국사 대웅전에서 조계종 문화부장 승원 스님과 호국사 주지 학암 스님, 조규일 진주시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환수성보 ‘독성도’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독성도’는 지난 9월 오스트리아 경매에서 낙찰받아 지난달 호국사로 이운됐다.

조계종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으로부터 제공받은 국외 한국문화유산 경매 모니터링 자료를 통해 ‘독성도’ 1점을 발견했다. ‘독성도’의 화기 하단이 잘려 봉안 사찰을 알 수 없었으나 그림 내 ‘진주(晉州)’, ‘대법당(大法堂)’, ‘진주성(晉州城)’ 등 글자가 확인됐다. 이에 종단은 진주성 안에 있는 호국사와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하고 호국사와 협의 후 경매에 응찰했다.

호국사 주지 학암 스님은 “해외를 떠돌던 성보를 환수해 매우 기쁘다. 앞으로 호국사에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며 “환수한 독성도를 여법하게 모시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천일기도를 봉행해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한불교 조계종과 진주시 등은 지난 21일 조계종 제12교구 진주 호국사 대웅전에서 환수성보 ‘독성도’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현우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과 진주시 등은 지난 21일 조계종 제12교구 진주 호국사 대웅전에서 환수성보 ‘독성도’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현우 기자

진주 독성도는 초대 주한 프랑스대사(1959~1969)를 지냈던 로제 샹바르의 소장품이었다. 샹바르는 고고학자이자 언어학자 출신으로 한국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특히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 당시 이 독성도를 수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환수한 독성도는 세로 86cm·가로 59cm 크기로, 소나무 아래 불자를 쥐고 앉아 있는 나반존자가 그려져 있다. 왼손에는 불자를 쥐고 오른손으로는 털끝을 부드럽게 쓸고 있다. 특히 그림을 가득 채운 존자 중심의 간략한 구도가 특징인데 이는 초기 독성도의 특징이다. 배경은 소나무만 간소하게 그려졌는데 마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가벼운 채색 역시 초기 독성도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화기가 온전하지 않지만 화승은 성규 스님 혹은 성관 스님, 보조 화승은 행전 스님으로 판단되며, 증명은 활해삼소 스님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들 성규·성관·행전 스님은 활해삼소 스님을 증사로 모시고 해인사 대적광전 ‘124위 신중도(1862)’와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도(1873)’를 제작하기도 했다. 따라서 1860년에 조성된 독성도 역시 해인사를 기반으로 진주 등 경남 일대에서 영향력이 컸던 고승 활해삼소를 모시고 성규 혹은 성관스님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현재 독성도는 국내에 300여 점이 전해지고 있으며 대부분 20세기의 작품이다. 진주 독성도는 1860년에 조성된 손에 꼽을 수 있는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해인사에서 활동한 스님들의 활약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진주성과 진주 호국사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시도지정 문화유산급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도난 성보에 대한 종단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도난 및 유출 성보들이 환지본처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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