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갯벌’·해조류’ 블루카본 효과 인정…“한국, 온실가스 감축 청신호”
63차 IPCC 총회, 블루카본 보고서 승인
갯벌·해조류·조하대 퇴적물 신규 인정
세계 5대 갯벌에 해조류 서식지 넓은 한국
“2035년 연간 166만t 온실가스 감축 효과”
순천만 갯벌 전경. 해수부 제공
국제사회가 갯벌과 해조류의 탄소흡수 기능을 공식 인정했다. 그동안 맹그로브와 염습지, 잘피숲은 ‘블루카본(해양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인정받아 왔으나 갯벌과 해조류는 처음이다. 국제사회가 갯벌과 해조류의 블루카본 기능을 인정함에 따라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히는 광활한 갯벌을 보유한데다 해조류 서식지가 넓은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1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27~3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63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에서 한국 주도로 의제화한 갯벌,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 등 새로운 블루카본 인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총회 논의 결과, 갯벌,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을 포함한 방법론 보고서가 승인됐으며, 2027년 말에 방법론 보고서(CDR/CCUS)가 발간될 예정이다. 조하대란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속에 항상 잠겨 있는 구역을 말한다.
한국의 갯벌 중 서천갯벌(모래톱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도요물떼새). 해수부 제공
갯녹음(바다 사막화) 복원 및 유용 해조류 조성 사진. 수산자원공단 제공
향후 보고서 발간 후에는 갯벌,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에서의 탄소흡수량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배출원별 배출량 목록화)’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 계산에 공식 반영되는데, 한국은 갯벌 면적이 크고 해조류 등의 서식지가 넓어 블루카본 탄소흡수량 계산에 유리하다.
IPCC는 195개 회원국 정부가 참여하는 유엔 산하 기구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종합·평가하는 기능을 한다. IPCC에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하면 국제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공식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는 셈이 된다.
해수부는 이번 신규 블루카본 개요 승인을 통해 한국은 NDC에서 2030년 연간 107만t(톤), 2035년 연간 166만t의 탄소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 해수부는 “우리나라 ‘2035 NDC’ 중 탄소흡수원을 통한 감축량이 3800만~3900만t임을 감안하면 전체 탄소흡수원 대비 블루카본 흡수량은 4.2% 내외이긴 하지만, 승용차 70만대의 탄소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3년 해양·연안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IPCC는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대(잘피숲)를 해양 온실가스 흡수원(블루카본)으로 인정했다.
포스코가 울릉도 남양리 바다에 설치한 바다숲. 포스코 제공
해수부는 그동안 갯벌의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각종 연구개발(R&D)을 이어왔 다.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UNFCCC 당사국 총회(COP) 등에서 세계 과학자, 국제기구 관계자들에게 갯벌의 블루카본 지정 필요성을 설득했다. 지난해에는 IPCC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업반(TFI) 스코핑 미팅과 62차 IPCC 총회에 참석해 갯벌 블루카본의 과학적 근거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행록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갯벌과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에 대한 국내 우수한 연구 결과와 갯벌 식생 복원, 해양보호구역, 바다숲 조성 사업 등 각종 정책을 바탕으로 블루카본 국제 파트너십 확대와 탄소중립 외교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행록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페루에서 열린 제63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해수부 제공
김성범 해수부 차관은 “이번 IPCC 총회에서 이산화탄소 제거와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방법론 보고서 개요에 해조류를 포함한 갯벌, 조하대 퇴적물을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포함하는 성과가 있었다”며 “이는 우리와 각국 정부 입장을 반영한 결과다. 해조류의 높은 탄소흡수력이 보고서에 최종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일 서울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바다숲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해당 포럼은 해수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현대자동차가 2023년 5월 체결한 ‘바다숲 블루카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의 일환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