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길을 잇는 사람들, 골프장에서 다시 만나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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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제16회 이사장배 친선 골프대회
교류·화합 속에 ‘산업 현장의 땀’ 기려














17일 새벽, 부산 금정구의 부산컨트리클럽에는 아직 태양이 산 능선을 넘어오기 전부터 차량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도로 위에서 부산항 신항과 각 산업단지를 오가던 화물차 기사들, 그리고 업계 관계자들이 이날만큼은 골프백을 트렁크에 싣고 모였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도 주차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활기가 느껴졌다. “오랜만이네!”, “작년에 같이 쳤던 그 조 기억나?” 하는 반가운 목소리들. 그 말끝에는 한 해 동안 각자의 현장에서 버텨온 고단함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이사장 신한춘)가 주최한 제16회 이사장배 친선 골프대회.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지역 물류·운송업계가 한해를 정리하고 다시 뭉치는 상징적인 자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올해도 300여 명의 회원이 대회에 등록하며 규모와 기대감을 증명했다.

부산CC 현관 앞은 아침부터 붐볐다. 접수를 마친 참가자들은 준비된 기념품을 받아 들고 그릴로 향했다. 테이블마다 조별로 삼삼오오 앉아 오찬을 즐기며 최근 현장 상황을 공유했다.

“요즘 항만 화물 얼마나 빠진 거야?”

“전기차 배터리 물량이 좀 늘었더라. 수출 들어오면 조금 숨통이 트이지.”

짧은 식사 자리였지만, 화물업계의 생생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 선후배들은 고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듯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오전 11시 50분, OUT 1번 홀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모두 모여 단체 촬영을 마쳤다. 골프장 잔디 위에 촘촘하게 선 300여 명의 모습은 그 자체로 ‘부산 물류의 저력’을 보여주는 장면 같았다. 이어 네 명의 시타자가 푸른 하늘 아래로 힘차게 공을 날려 보내며 대회의 막을 열었다.

정오가 되자 18개 홀에서 동시 티오프가 시작됐다. 드넓은 코스 곳곳에서 타구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카트들이 코스를 가로지르며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그 바쁨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가 있었다. 골프 클럽을 쥔 손과 달리, 참가자들의 표정은 오랜 전우를 대하는 듯 부드러웠다.

골프는 개별 플레이지만 이날만큼은 ‘교류’가 주인공이었다. 한 조는 티박스에서 스윙을 준비하며 부산항 입항 스케줄 이야기를 이어갔고, 다른 조는 카트에서 내려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 버디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페어웨이 한쪽에서는 업계 베테랑들이 후배들을 불러 세웠다.

“요즘 신규 면허 발급 규정 바뀐 거 들었나?”

“협회에서 대응 방안 정리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이처럼 라운딩은 곧 ‘이동하는 회의실’ 같았다. 공을 치고 걸으며 이야기하고, 다시 스윙을 준비하며 웃음이 터졌다.

특히 올해는 화물 운송 시장이 급변하며 업계의 불안감도 큰 상황. 국제 해운 시황, 내수 경기 침체, 물동량 감소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만큼은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한 참가자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며 “그래도 이런 자리 덕분에 업계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협회 임원진 외에도 여러 외빈이 참가하며 행사의 위상을 높였다.

박형준 부산시장, 정현민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최광식 전국화물연합회 회장, 김화일 경북화물협회 이사장, 최상희·신명하·최창식·정경규·박효근·양관석·이국동·김상갑·김정수·최경순·박재억 고문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폐회식에 참석한 박형준 시장은 축사에서 “화물운송업은 부산 경제의 동맥”이라며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노력이 도시와 산업을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춘 이사장 역시 “이번 대회는 화합과 소통의 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급변하는 물류 환경 속에서도 업계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협회가 가교 구실을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산업 현장의 애로를 행정과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지원으로 이어져야 부산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오후 5시, 라운딩을 모두 마친 참가자들이 다시 그릴로 모였다. 피곤함보다는 들뜬 표정이 더 많았다.

만찬이 시작되면서 오늘 대회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우승은 최태순 회원이 거머쥐었고, 베스트 그로스는 정의석, 준우승은 김용관, 3위 윤상돈, 4위 신명하, 5위 김상갑 회원이 각각 차지했다.

롱기스트 조병일, 니어리스트 정규정, 버디상 이국동, 파상 이성훈, 보기상 성무천, 행운상 김정숙 회원 등 특별상 수상자들도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행운권 추첨에서는 다양한 경품이 쏟아지며 행사장은 다시 한 번 웃음과 환호로 가득 찼다.

이어진 행운권 추첨에서는 협회가 준비한 다양한 경품이 공개되며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올랐다. 상품을 받은 참가자들은 환한 얼굴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내년에 또 기회가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오후 7시 30분, 폐회 선언이 울리자 참가자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오늘처럼 자주 만났으면 좋겠네.”

“내년엔 꼭 같은 조로 치자고!”

짧은 대화 속에서도 이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의지하며 업계를 지탱해왔는지 느껴졌다.

제16회 이사장배 골프대회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새로운 산업 흐름을 공유하며,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연대의 장’이자 ‘산업 공동체의 자리’였다.

부산을 움직이는 물류 현장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땀으로 유지된다.

이날 부산CC에 모인 300여 명의 골퍼들은 바로 그 현장의 주역들이었다.

하루 동안의 스윙과 웃음, 그리고 서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우리가 함께 가야 한다.”

부산의 물류와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도 그 마음에서 시작될 것이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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