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분양가에 “청약통장 해지” 봇물
부산 청약통장 3년 새 10% 감소
분양가 신기록에 청약시장 양극화
서울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올해 들어 부산 지역 분양가 최고 기록이 잇따라 경신되는 등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아파트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일부 비인기 지역은 처참한 청약 성적표를 받으면서 ‘청약통장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부산 지역 청약통장 계좌는 163만 1482개로 집계됐다. 2022년 9월의 경우 부산 청약통장 계좌 숫자가 181만 6178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통장이 3년 새 18만 4696개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추세는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지난 9월 전국의 청약통장 계좌는 2634만 9934개로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집값 상승기를 지나 하락세로 접어들기 직전이었던 2022년 6월(2859만 9279개)과 비교하면 3년 3개월 새 224만 9345개나 줄어든 것이다.
청약통장 무용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분양가가 치솟으며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실제 올해 부산 분양시장에서는 평(3.3㎡)당 분양가 기록이 잇따라 경신됐다.
올해 7월 해운대구 ‘르엘 리버파크 센텀’이 평당 4410만 원에 분양하며 최고가 기록을 세웠지만, 한 달 만에 수영구 ‘써밋 리미티드 남천’이 평당 5191만 원으로 이를 갈아치웠다.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8월 분양한 ‘서면 써밋 더뉴’ 역시 평당 3275만 원으로 지방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선보였다.
고분양가임에도 일부 하이엔드 아파트에서는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에 프리미엄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남천 써밋은 최고 326.7 대 1, 르엘 센텀은 116.4 대 1을 기록했고, ‘베뉴브 해운대’ 역시 소형 평형(59㎡)에 177.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기 단지에서는 웬만한 청약 가점으로 당첨되기 어려운 수준이 된 것이다.
반면 입지나 브랜드가 애매하거나 단지 규모가 작은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는 0.1 대 1 수준의 처참한 청약 성적표를 받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인기가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청약통장이 별다른 필요가 없어져 청약을 거치지 않고 직접 동호수를 보고 계약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청약시장의 양극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