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일상, 취향 공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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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컬바이로컬 대표

'아주 보통의 하루' 추구하는 경향 확산
자신과 결이 맞는 일상 공간 선호 추세
트렌드 맞춰 공공 프로그램도 변화해야

몇 년 전부터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의미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 즉 한 사람이 가진 가치관, 취향, 사고방식, 행동 습관, 소비 습관, 시간 및 공간 활용 방식 등을 포괄하는 주관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2025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살펴보면 균형, 경험, 지속가능성이 핵심 키워드라고 한다, 팬데믹 이후 집이 다목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며 이러한 공간이 부족할 때는 가까운 주변에서 유사한 공간을 찾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를 추구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확실한 행복을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보통의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 책방, 동네 카페 등 작은 가게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에 작은 브런치 카페인 헬멧이라는 가게가 있다. 상권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주택가의 몇몇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단풍나무 가드닝을 통해 좁은 골목을 통일감 있게 꾸며 계절감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골목 상인들은 이곳을 메이플 거리로 명명하고 골목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얼마 전 취향인들이 이곳에 모여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간을 맞춰 골목의 가게들은 시즌 메뉴를 론칭하고 헬멧의 지하 공간에서는 작은 영화를 상영했다. 주변 카페인 스누비와 대니얼스에서는 DJ 공연과 독서 모임을, 르템즈에서는 요가 클래스를 선보였다. 이 행사에는 수영구에 위치한 공방 대표들도 참여, 가게 내부에 공방 작품들을 전시 판매하면서 작은 볼거리도 제공했다. 수영구만의 색깔을 보여준 듯하다.

또 다른 사례는 파도타기이다. 최근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셰프들과 함께 하는 파도타기라는 프로그램은 부산을 맛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안부, 공존, 잔향 등을 주요 키워드로 맛과 스토리를 구성했다. 쉽게 맛보지 못하는 음식은 물론 지역에서 활동하는 셰프들의 다채로운 개성을 확인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게 된다. 이미 예약 앱 대기자가 500명이 넘는 파도타기 프로그램은 미식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도시민의 취향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집약시키고 공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공유하는 방법들이 이제는 도시민에게 살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취향 중심의 공간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그리고 취향은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시간적 노력과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사람들 간의 소통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작은 프로젝트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공에서 지원하는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을 찾아보면 개인의 취미, 건강, 자기 계발 등 교육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유행에 따라 너무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지역마다 생성된다. 그래서 주민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는 동네 취향 공간 중심으로 변모하면 어떨까 한다. 우리 동네 취향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된다면 지역민의 활동 동선도 개인별 취향에 따라 바뀌지 않을까? 최근 부산시 다락방 프로젝트가 그 시작이라 생각한다. 일상 속에 문화공간을 찾는 아카이빙과 테스트 베드를 통해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락방 홈페이지에 따르면 다락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영감을 얻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라고 되어있다. 이를 기반으로 공간별 스토리를 정립하여 공간 주인장 중심의 활동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까지 고려되었으면 한다. 아마도 특별하지 않지만 주인장의 취향이 공간에 묻어나고 이를 공유하는 방법이 바로 ‘아보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주 가던 부산 중구 원도심의 비건 식당이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한 끼가 가진 의미에 집중하던 식당이라서 이유가 궁금했다. 이 식당 대표는 4년간 운영한 식당을 접으면서 즐거움과 힘듦이 함께 왔다고 한다. 그리고 쉬면서 발효를 주제로 다양한 문화기획을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가 맛있는 밥집 주인이 아니라 문화기획자이자 식경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2025년 트렌드 노트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다. ‘지금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지속하며 성장시키고 싶은 나만의 것을 여가에서 찾기 시작했다.’ 2026년이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나만의 것을 찾는 취향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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