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의 디지털 광장] AI는 이제 '절친'의 반열에 올랐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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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 국장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선 인공지능
남녀노소 익히고 배우면 무조건 득

폐해 걱정하지만 극단적이진 않아
아직 성장 단계라 좌충우돌 하기도

지역언론 성장 활용하기 따라 달라
그래도 중요한 건 진실 좇는 취재력

40년 지기들과 최근 ‘동갑여행’을 다녀왔다. “남들은 다 해외로 가던데 우리는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야 하지 않을까?” 까까머리, 단발머리로 만났던 소년소녀들이 여행 전부터 사뭇 들떴다. 친구가 7~8명이나 되다 보니 각자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은퇴자, 자영업자, 재취업자, 현역 등이 뒤섞여 있는 이질적 또래집단이라 일정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국내’지만 ‘해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제주도에서 살아봤다는 이유로 여행 계획을 짜기로 한 친구의 숙제가 늦어졌다. 성질 급한 친구가 불쑥 긴 일정표를 단톡방에 올렸다.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고향 남녀 친구가 회갑을 맞아 제주도로 2박3일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일정을 알려줘’라는 질문으로 만들어진 계획서였다. 가고 싶은 곳이 많아서 그랬는지 일정이 좀 빡셌다. AI가 만든 계획에 인간 친구의 재치가 추가된 뒤에야 원하는 계획이 마련되었다. 추억을 소환하고 새로이 만드는 ‘동갑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맛집이면 맛집, 쾌적한 숙소면 숙소, 빠트릴 수 없는 명소를 척척 안내하고 소개하는 AI도 여행 내내 함께했다. AI를 자주 접하지 못했던 친구들은 어려운 미션을 척척 수행하는 ‘초대받지 않은 AI 친구’의 능력을 신통방통해 했다.

대중적 인공지능 챗GPT가 2022년 11월 30일 세상에 나온 지 이달로 꼭 3년이 되었다. 초창기 챗GPT는 그 어렵다는 미국변호사 시험을 하위 10% 순위로 통과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챗GPT4로 발전하면서 이번에는 같은 시험을 상위 10%의 성적으로 통과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작은 날갯짓은 다양한 AI의 촉발을 가져왔다. 구글의 재미나이(Gemini), 검색이 특화된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물론 휴대폰에 탑재된 갤럭시 AI나 빅스비, 시리 등 다양하다. 일상생활에서나 전문적 업무에서 AI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AI의 활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AI 때문에 망할 직업군이 심심찮게 거론된다. 특히 AI는 잠재한 패턴을 잘 잡아내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 법리를 잘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 변호사 등의 전문직군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준비하는 지역신문의 생존 전략도 AI 시대를 맞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시대적으로 신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일자리가 대체됐는데, 범위를 넓혀보면 신문(기자)도 대체될 것인가가 업계의 관심사가 됐다. 이미 미디어시장은 신문과 방송이라는 레거시미디어의 약화가 시작됐다. 대통령실 출입기자에 유튜버 언론(온라인 매체)이 배정된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때 몇 백만 부를 찍던 전국지 위세가 대단했지만, 지금은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에 동접자(한 서비스에 동시에 접속한 이용자 수) 30만 명을 넘나드는 유튜브 방송의 위력이 단연 돋보인다.

유력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정치적 메시지가 영상콘텐츠를 통해서 뿌려진다. 이런 급변의 시기와 동반 성장하는 AI는 언론은 물론, 모든 사회적 지각변동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의 AI를 외면하면 다음번에 오는 변화의 폭주 기관차에 오르기 쉽지 않다. 진입장벽은 한껏 높아질 것이다.

최근 정부의 주권AI 소버린은 지역언론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유력 포털이 신문 기사를 AI 학습에 무단 사용한 정황이 의심됐지만, 신문협회는 공정위 제소만 했을 뿐이다. 혹여 그들이 ‘저작권료를 주겠소’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역신문 기준 1년치 콘텐츠의 시장가격이 고작 2000만 원 정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인공지능이 각광을 받으면서 디지털 신문의 장점인 기사 검색 기능도 위협받고 있다.

인공지능은 교활하다. 질문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할루시네이션(환각·그럴듯한 가짜 정보)을 구사한다. 검색의 결과를 조작하기도 한다. AGI(인공일반지능)는 인간 수준을 이미 넘었다는 평가도 있다. 텍스트와 그림, 영상, 음성 신호를 습득하는 멀티모달의 수준에 도달했다. 오감을 느끼는 고도화된 인공지능이지만 그래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이다.

다행히 인공지능은 아직 스마트폰이나 PC처럼 개별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개인형 검색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어렵다고 한다. 지식 정보를 우선 검색해 해답을 알려주는 RAG(검색 증강생성)도 할루시네이션을 막는다. 결국 현재 인공지능의 정확성은 잘 훈련된 기자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며 팩트에 기반해 작성한 기사를 통해 보장된다. 이것이 지역신문의 존재가치이자 AI와 공존할 이유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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