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2·위키드2·아바타3…연말 극장가 외화 속편이 채운다
인기 외화 한국 극장가 상륙
뮤지컬·애니메이션 등 다양
한국 영화는 개봉 대신 관망
‘창고 영화’도 대부분 소진돼
연말을 앞두고 인기 외화의 속편들이 잇따라 한국 극장가에 상륙한다. ‘주토피아’ ‘위키드’ ‘아바타’ 등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연말 성수기 관객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반면 한국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작·투자 공백으로 내놓을 신작 자체가 줄면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연말 극장가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여는 작품은 12일 개봉하는 ‘나우 유 씨 미 3’다. 전편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로, 마술사기단이 새로운 작전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시 아이젠버그·우디 해럴슨 등 기존 멤버들이 그대로 합류하고 로자먼드 파이크가 새로운 악당으로 등장한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위키드: 포 굿’도 기대작 중 하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를 영화화한 1편은 지난해 개봉해 글로벌 7억 56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 작품은 사악한 마녀로 불리는 엘파바와 사랑받고 싶어하는 착한 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속편에선 글린다와 엘파바의 관계가 갈라지는 이후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다뤄 두 인물이 각자의 신념과 선택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유명 뮤지컬 배우 신시아 에리보와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다시 한번 주연으로 나선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주토피아2’는 2016년 개봉한 ‘주토피아’의 9년 만의 후속편이다. 1편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국내 개봉 당시 471만 명을 동원했고,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작품이다. 속편은 주토피아 최고의 콤비로 자리 잡은 주디와 닉이 정체불명의 뱀 ‘게리’를 쫓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푸른색 생명체를 다룬 아바타 시리즈도 새 이야기로 돌아온다. 다음 달 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는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앞서 개봉한 ‘아바타’ 1편과 2편은 국내에서 모두 관객 1000만 명을 모으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신작에선 바다 세계를 넘어 불의 부족이 등장하며 세계관이 확장된다. 우나 채플린이 연기하는 재의 부족의 리더 ‘바랑’과 설리 가족 간 갈등이 서사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말 극장가에서 한국영화는 찾아보기 힘들 듯하다. 중·대형 상업영화 신작 공급이 뚜렷하게 줄어든 가운데 대형 외화들이 개봉을 줄줄이 확정하면서 한국영화는 관망 기조에 들어간 상태다. 박스오피스에서도 이런 흐름이 일찌감치 나타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11일 기준 박스오피스 상위 5편 중 한국영화는 강하늘 주연의 ‘퍼스트 라이드’ 한 편뿐이다. 10위권으로 넓혀도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을 포함해 두 편에 그친다. 팬데믹 이전과 팬데믹 기간 제작돼 개봉을 미뤘던 이른바 ‘창고 영화’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이후, 후속 제작 라인이 제때 이어지지 못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과 투자 공백이 곧바로 극장가의 ‘빈자리’로 나타난 셈이다.
악순환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 역할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영화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669억 원 증액한 1498억 원으로 확정하고, 제작 지원과 투자 재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 한 편이 기획에서 개봉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통상 2~3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다”며 “고사 위기를 넘어 고사 직전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애정을 갖고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중간 규모 작품이 꾸준히 개봉하는 구조라도 회복해야 조금이나마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