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장 집단 반발… 검란으로 비화하는 '대장동 항소 포기'
항소 포기 설명 요청… 외압 논란 일파만파
수사·공소권 권력 의중에 좌우돼선 안 돼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기와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김창진 부산지검장을 비롯한 전국 검사장 18명은 연명으로 항소 포기에 대해 10일 검찰 내부망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공동 입장문을 올렸다. 대검 수뇌부를 향한 집단 성명이다. 항소 의견을 낸 서울중앙지검장은 권한대행의 포기 지시에 사의를 표했고, 사건을 맡았던 일선 검사들도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 원대 범죄 수익을 안긴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이례적 사태가 아니라 전면적 내부 충돌”이란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검란(檢亂)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였다. 서울중앙지검은 분명 항소 의견을 냈지만, 대검이 이를 뒤집었다. 이로써 2심에서는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 없게 됐다. 1심이 인정한 추징액 상한은 473억 원에 불과하다. 수천억 원대 부정 이익을 확인한 검찰로선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권한대행은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 했고, 법무부 장관은 “항소 안 해도 문제없다”며 “대검에 신중히 판단하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관이 개별 사건에 의견을 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최종 결정의 주체와 법리 근거가 불분명해 외압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다. 야당은 “국민 상식을 거스른 결정”이라며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여당은 검찰의 반발을 “정치 검사들의 쿠데타”로 규정하며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다. 핵심은 검찰이 외압 없이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독립성이다. 검찰청 폐지 논의와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제도 개편 논의가 병행되는 시점이어서 이번 사태의 휘발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항소 포기가 정치적 판단이었다면 명백한 권한 남용이며, 직권 결정이라면 월권이다. 법무부 장관이 개입했다면 불법 지휘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검찰이 정치 권력의 영향 아래 놓이는 순간 법치의 근간은 무너진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다. 검찰의 수사·공소권이 권력 의중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기에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검찰총장 대행의 직권 남용 논란, 법무부의 어정쩡한 해명, 대통령실의 침묵은 오히려 사법 신뢰를 더 허물고 있다. 정부는 이 사태를 경각심을 갖고 엄중히 바라봐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실 규명만이 유일한 출구다. 누가, 어떤 이유로 항소 포기를 지시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신뢰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또다시 정치적 판단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