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대장동 항소 포기, 수사 외압 여부 낱낱이 밝혀야
항소장 미제출… 검찰 내부·정치권 논란
외압·정치적 고려라면, 사법 정의 '훼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로 사의를 표명한지 하루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가 사법 신뢰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등 민간업자 5명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항소 기한 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항소가 없으면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사실상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특히 이 사건은 현재 심리가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비리 관련 재판과도 맞닿아 있어 정치적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일선 수사팀은 형량이 구형보다 낮고 배임 판단도 축소된 만큼 항소가 필요하다고 봤으나, 중앙지검과 대검 반부패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정진우가 사의를 표명하고 일부 검사들이 내부망에 항소를 막은 경위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정치권에도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외압 가능성을 제기하고 수사와 국정조사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법리 판단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의중에 따라 항소 방침이 뒤집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내부망에 중앙지검이 항소 방침을 정하고 대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대검 반부패부가 법무부 보고 후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항소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항소 여부는 검찰의 독자적 판단 영역이다. 항소 포기는 단순 절차가 아니라 검찰권의 핵심적 행사로, 이를 외부가 사실상 제어했다면 검찰 수사의 독립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된 셈이다.
대장동 사건은 민간업자 비리를 넘어 공직자와 권력 간 유착 가능성, 사법 판단의 독립성과 검찰 권한 행사 문제까지 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과거 의혹과도 맞닿아 있어 1심 판결문에는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 간 유착 정황이 언급됐으나 대통령 연관성 판단은 유보됐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만약 이번 결정이 법리 판단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면, 권력 개입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일선 수사팀의 의견이 외압으로 묵살됐다면 사법 정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과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경위와 수사 외압 여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