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 경고 무시… 인재로 밝혀지는 동서발전 붕괴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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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높이지 않고 강행 9명 사상·실종
다단계 하청·허술한 작업 면밀한 수사를

9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3번째 수습된 사망자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발전소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3번째 수습된 사망자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발전소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해체 준비 작업 중이던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9명의 사상·실종자가 발생했다. 9일 오후 현재까지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매몰된 상태다. 특히 구조물에 팔이 끼인 상태로 발견된 생존자가 구조 도중 결국 숨지는 등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가 위험한 작업임을 알고도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강행한 것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번 참사도 결국 인재인 것이다.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

〈부산일보〉가 ‘울산 기력(보일러 타워) 4,5,6호기 해체공사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보일러 타워 위험성을 낮추는 개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일러 타워 위험성 등급은 12점이었는데 이는 계획서상 해체공사 허용 불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위험성을 9점 미만으로 낮추는 대책을 세운 뒤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둥을 50% 이상 잘라내는 작업을 실시하면서도 구조기술사 검토조차 없었다는 점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발파 해체 공법을 사용하는 고위험 작업을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한 것은 대형 참사를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작업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전관리계획서 등은 붕괴 매몰 위험 대책으로 관리감독자 없이 작업자만으로 작업을 진행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소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보일러 타워에는 하청업체 직원 9명만 있었다고 한다. 참사가 발생한 공사는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시공을 맡기고, HJ중공업이 이를 다시 발파·철거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에 하도급한 다단계 구조에 의해 진행됐다.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인 것이다.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인한 원가 절감 압박 때문에 공기 단축 시도와 안전조치 부실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

현재 경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투입한 데 이어 검찰과 노동부도 전담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붕괴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고 원·하청 작업 지시 체계, 작업 공법, 안전 관리 체계 등을 전방위로 확인해야 한다. 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을 적절한 안전 조치도 없이 누가, 왜 승인하고 강행했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제대로 가려야 한다. 더욱이 이번 참사는 인근에 자리한 SK에너지에서 폭발 사고로 2명의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 발주처는 물론 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물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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