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폭우 후유증이 이제야…" 경남 딸기 농가 ‘발 동동’
지난 여름 홍수에 잠겼던 모종 고사 잇따라
내수용 '설향'보다 수출용 '금실' 치명타
본격적인 수확철 맞았지만 수출시장 비상
기후 변화 대응 위해 공공 육묘장 촉구도
경남 진주시 수곡면 한 딸기 수출 농가. 수해로 인해 모종이 고사하면서 곳곳이 비어 있다. 김현우 기자
대표적인 겨울 과일 딸기의 수확 시기가 시작됐지만, 수해와 폭염 등을 겪으며 모종 고사가 잇따라 피해가 늘고 있다.
5일 딸기수출통합조직 (주)케이베리와 딸기 농가에 따르면 최근 진주와 산청, 하동 등 딸기 주산지의 수출 농가를 중심으로 모종 고사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농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피해가 큰 농가는 절반 가까운 모종이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여름철 역대급 폭염으로 내수용 딸기 수확은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수확이 빠르다. 그러나 수출용 딸기는 10일 전후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갈 예정인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농가에서는 어떻게든 죽어가는 딸기 모종을 살리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진주시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신용섭 씨는 “전체 모종의 2/3가 죽었는데 대부분 이번 수해 때 물에 잠긴 모종들”이라며 “당장 수확을 앞두고 있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하는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한 딸기 수출 농가. 수확기를 앞두고 모종이 고사했다. 김현우 기자
딸기 모종의 고사 피해가 이어지는 건 기후 탓이다. 딸기는 3월 하순부터 8월까지 모종을 심고 키워서 9월에 정식한 뒤 11월 중순부터 수확한다.
그런데 올해 7월 하순 지리산 인근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며 모종 태반이 물에 잠기는 일이 발생했다.
그 후로 폭염이 이어졌고, 정작 생육기인 9월에는 잦은 가을비로 일조량이 크게 부족했다.
모종 상태가 좋지 않지만 새로운 모종으로 바꾸지도 못했다. 수해가 광범위 하다 보니 모종값이 폭등했고 그마저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수용 품종인 ‘설향’은 병해에 강한 품종이라 타격이 덜하지만 수출용인 ‘금실’은 병해에 약하다. 피해가 내수 농가보다 수출 농가에 집중된 이유다.
여기에 아직 피해가 끝난 것도 아니다. 딸기 모종은 11월 중순까지 자라고 열매를 맺기 때문에 추가로 고사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수출용 딸기를 중심으로 피해가 급증하면서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남의 수출 딸기 점유율은 전국 90% 이상이다. 그중에서도 진주·산청·하동에 수출 딸기 농가가 집중돼 있는 만큼 올해 수출량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문규 (주)케이베리 대표는 “설향도 일부 수출하긴 하지만 대부분 금실을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라며 “수출 딸기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어 비싼 값을 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수해 당시 모종이 물에 잠긴 모습. 독자 제공
일각에서는 피해가 당장 올해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이어져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가와 농업 전문가들은 공공 차원의 모종 공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통되는 딸기 모종 대부분을 개인이 재배하는데 체계적인 선진국형 육묘장을 만들어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가 쉽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수호 진주 수곡농협 조합장은 “딸기 모종이 워낙 비싸다 보니 대부분 개인이 재배하는데 이 경우 수해가 나거나 일조량이 부족하면 모종의 생육이 부진해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라며 “일본이나 네덜란드처럼 첨단화된 육묘장을 운영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농민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수확량 증대를 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