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본사 예탁원 아직도 ‘서울 바라기’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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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보관시설 포화 대비책 필요
수도권 내 신규부지 마련 검토
정부 지역균형발전 취지 역행
뿔난 부산시, 강력한 반대 의사

한국거래소(KRX)를 통한 금 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한국예탁결제원의 금 보관시설 추가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예탁원이 최근 이 시설을 수도권에 짓기 위해 결정권이 있는 국토교통부에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행 균형발전법상 지방 이전 기관이 인원이나 시설을 수도권에 증설할 경우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고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도 거쳐야 해 논란이 예상된다.

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금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예탁원은 금 보관시설 확충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9월 한 달간 KRX 금 시장 거래대금은 3조 8000억 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들어 5거래일 만에 1조 6000억 원이 거래되는 등 10월 거래대금도 5조 원에 달하며 연중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 거래 증가에 따라 보관시설 부족 문제도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KRX 금 거래는 예탁원에 실물을 예탁한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인출 시의 부가가치세 때문에 반환 사례는 많지 않아 보관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예탁원 내부에서는 임시 적치나 위탁보관 장소 마련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탁원 측은 “금 보관시설의 경우 국가보안시설로 돼 있어 구체적 현황이나 계획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탁원이 새 보관시설 건설을 놓고 국토부와 부산시에 수도권 내 입지에 대한 의견 타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을 확인한 부산시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예탁원에 수차례 반대 입장을 전달했지만 효과가 없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지역 본사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시설을 늘리겠다는 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상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수입 금은 인천을 통해 들어오는데 인천에서 서울로 가나 부산으로 가나 달라질 건 없다”면서 “보관시설이 필요하다면 부산 공항 옆에 짓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용으로 보나, 본사 위치로 보나 새 보관시설은 부산에 지어야 한다”며 “2차 공공기관 이전이나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맞게 국토부나 지방시대위원회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업무나 인원을 새로 신증설해 수도권에 두는 것은 엄격히 규제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보관소(창고)와 같은 시설에 대해 국토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규제를 할 수 있느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예탁결제원이 국토부에 문의만 한 상태이며 공식적인 협의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탁원 관계자는 “수도권 내 시설 건립은 국토부와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문의나 협의를 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본다”면서 “최대한 부산 내에 건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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