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대법관 대폭 증원' 법안 강행, 사법 독립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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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서 26명으로 확대 ‘개혁안’ 발표
친여 인사 장악 가능성… '편향' 논란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법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크게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20일 발표했다. 오는 2029년까지 매년 4명씩 증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로는 사건 적체 해소와 사법 접근성 강화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사법부의 인사 구조를 여당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짙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안이 현실화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무려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대법관 절대다수가 한 정권의 손에서 임명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삼권분립의 핵심인 사법권 독립이 심각하게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 ‘사법 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면서 사건 적체 해소와 사법 접근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법관 숫자를 늘린다고 재판 효율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사법부 독립 침해와 정치권 과잉 개입 가능성만 커질 수 있다. 대법원의 본질은 법률심이다. 상고심의 양을 줄이고 하급심을 충실히 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지 숫자 늘리기가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한 정권이 다수 대법관을 임명하는 구조가 된다면 사법의 독립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대법관 임명 체계를 자의적으로 조정해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중시킨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민주당은 대법관추천위원회 구성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구성의 다양화를 명분으로 법관대표회의와 지방변호사회 추천위원을 추가해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관대표회의가 특정 이념 성향의 연구모임이 주도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이념 편향’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견제하려는 듯 법원행정처장을 추천위원에서 배제하고,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포함하는 방안까지 검토됐다. 이는 대법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흔드는 조치로 비칠 수 있다. 사법권 독립의 근간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적 의도 또한 의심스럽다.

재판소원처럼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이번 안에서 빠졌지만, 민주당은 향후 이를 별도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재판소원을 비롯해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 구성 다양화 등은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돼선 안 된다. 당사자인 사법부의 참여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정기국회 내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사법개혁특위가 출범한 지 불과 석 달 만의 일이다. 사법개혁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국민적 합의와 숙의가 전제돼야 정당성을 얻는다. 이는 특정 정파의 이해나 다수 의석의 논리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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