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악마는 '디테일 없음'에도 있다
장병진 경제부 차장
최근 대법원에서 주휴수당 지급 방식에 대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1주일 동안 실제 근로한 시간에 비례해 주휴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판결의 핵심은 예컨대 격일제 근무 등으로 일주일 소정근로일이 5일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에게는, 주 5일 근무자보다 적은 주휴수당을 지급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기간 현장의 혼란을 야기했던 ‘하루치’ 임금의 해석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사용자가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주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동법 시행령은 주휴수당의 대상을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자’로 명시하고 있다.
사용자는 이 주휴일에 통상적인 근로일의 ‘하루치’ 급여를 주급과 별도로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 쉽게 말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소정근로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근무한 노동자는 5일치가 아닌 6일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바로 이 ‘하루치’의 기준이었다. 가령 택시 근로자 중 하루 8시간씩 주 3일(총 24시간)을 일하는 근로자와, 하루 8시간씩 주 5일(총 40시간)을 일하는 근로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그룹 모두 ‘주 15시간 이상’ 기준을 충족하며, 각자의 ‘하루치’ 근로시간은 8시간이다.
그동안 일부 행정 해석이나 현장에서는 두 경우 모두 ‘하루치’인 8시간분의 주휴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보기도 했다. 반면 하루 3시간씩 주 5일(총 15시간) 일하는 근로자의 주휴수당은 ‘하루치’인 3시간으로 명확했다. 이로 인해 근로감독관마다, 사업장마다 적용 기준이 다른 혼선이 빚어졌다. 주휴수당 제도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70년이 넘도록 제도의 허점이 방치되어 온 셈이다.
주휴수당은 단기 일자리 시장에서 다툼의 요소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70년이 넘도록 이어진 구멍은 더욱 어이없게 느껴진다. 자영업 카페에서는 주휴수당 고소고발 관련 게시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것을 피하고자 사용자들은 소위 ‘알바 쪼개기’와 같은 편법이라면 편법적인 고용 방식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주휴수당 지급 기준인 ‘주 15시간’을 피하기 위해, 한 명의 근로자를 30시간 고용해 숙달시키는 대신 두 명의 근로자를 14시간씩 나누어 고용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단기 근로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 비자발적 ‘N잡러’가 되기도 한다. ‘윈윈’이 아닌 ‘루즈루즈’의 일자리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주 4.5일제 도입, 주휴수당 폐지 논의, 정년 연장, 최저임금 인상 등 다양한 노동 의제를 두고 격렬한 토론을 이어 가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기업과 직군마다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다.
이러한 논의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사회가 합의를 하면 될 문제다. 확실한 것은, 정교한 디테일이 없는 제도는 결국 현장의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사실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디테일 없음’에도 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