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코리안 데스크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계를 주름잡다가 한순간 살인사건에 휘말린 차무식(최민식 분)과 그의 뒤를 끈질기게 추격하는 코리안 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 경감의 치열한 심리전을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2022년 12월 시즌 1과 2023년 2월 시즌 2가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됐으며, 올해 7~9월 MBC에서도 방영됐다. 경찰청이 도입한 코리안 데스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이 드라마가 처음이다. 드라마에서 오승훈 경감은 필리핀 현지 경찰과 함께 근무하면서 한국인 대상 범죄 관련 공조 활동을 펼친다. 현지 경찰이 코리안 데스크 오 경감의 책상을 ‘한국 책상’으로 표기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코리안 데스크는 특정 국가에서 한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파견 경찰관이다. 국외 도피 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에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경찰청은 한인 대상 범죄가 잦은 필리핀에 2012년 5월 처음으로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 성과를 낸 바 있다. 필리핀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청부 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태국과 베트남에도 코리안 데스크가 설치돼 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찌어 뻐우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만나 코리안 데스크 설치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캄보디아에 급파된 정부합동대응팀이 코리안 데스크 대신 합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캄보디아 정부와 합의했으나, 경찰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자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도 바로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과 달리 크메르어를 쓰는 캄보디아에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우리 경찰에게 사법권이 없는 것도 한계다.

코리안 데스크 설치 논의나 태스크포스 구성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살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단속·처벌·예방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캄보디아 당국과 공조를 강화해 ‘제2의 캄보디아 비극’을 막아야 할 것이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