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과잉관광 부작용 없는 프랑스
스포츠라이프부 선임기자
2025년 세계 관광의 가장 큰 화두는 오버투어리즘, 즉 과잉관광이다.
세계관광여행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해 세계관광 경제 규모는 11조 10000억 달러로 역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또 유엔관광기구(UNWTO)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주요 관광대국의 여행객은 크게 늘었다. 프랑스는 지난해 1억 200만 명으로 2년 연속 1억 명을 기록하면서 ‘국가별 방문객 순위’ 3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스페인은 9376만 명으로 1억 명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세계관광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상황이 되자 여러 나라에서 과잉관광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에서는 과잉광광에 반대하는 항의시위가 수시로 벌어지고, 그리스에서는 스프레이로 항의 문구를 새기는 그라피티가 확산했다.
유럽만 그런 게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과잉관광 부작용에 시달린다.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 때문에 지역 주민이 일상생활 영위에 어려움을 겪고 물가가 상승한 게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일본은 2022년 383만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3위에 그쳤지만 엔저 덕분에 2023년 2507만 명으로 15위로 뛰어오르더니 지난해에는 3680만 명으로 7위를 기록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30년 동안 관광객 순위 1위를 차지한 프랑스에서는 일본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과잉관광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관광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상황을 두고 다양한 이유를 손꼽는다. 각 지역 관광 인프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튼튼한 데다 관광객 방문이 파리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분산되는 게 이유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2023년 1103만 명으로 26위였지만 K팝을 필두로 한 문화 수출에 힘입어 지난해 1637만 명을 기록하며 18위로 뛰어올랐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방문객은 2024년 1212만 명이었다. 한국 전체 방문객 4명 중 3명이 서울에 갔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서울도 머지않아 과잉관광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청년, 저소득층이 임대해야 할 주택이 외국인 관광객용 숙박시설로 바뀌어 심각한 주택난, 주택가격 상승, 생활고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잉관광 부작용이 조금씩 떠오르는 지금이야말로 프랑스에서 배울 때다. 관광객을 파리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 도시로 분산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후유증을 최소화시켰다는 분석을 눈여겨볼 때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