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BIFF와 한국 정치 ‘그들만의 리그’
정치부 기자
1996년 대한민국 최초 국제영화제로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BIFF가 올해 서른 돌을 맞이하기까지는 부산시민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국민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만큼은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BIFF가 첫발을 뗄 때만 하더라도 감독, 배우 등 영화인들만의 행사가 아닌 영화 자체를 사랑하고, 배우를 응원하는 전국에서 몰려온 일반 시민들도 뒤섞여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축제였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해가 진 후 거리에는 쏟아진 시민들과 영화인들이 함께 가까운 거리에서 인사를 주고 받았으며, 때로는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며 취기가 오른 때에는 영화 업계 관계자나 배우 그리고 팬이 함께 한국 영화 산업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제는 부산을 찾은 감독, 배우들은 공식 행사가 아니면 길거리에서 자연스레 만나긴 어렵다. 더 이상 영화제 기간 중 해운대의 밤에서 과거의 낭만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OO의 밤' 등 공식 영화제 행사 이후 밤에 진행되는 BIFF의 '진짜 영화제'는 대관한 장소에서 관계자들만 모인 형태로 이뤄진다. 초대받지 못한 이들은 출입조차 어렵고, 경호원 제지를 받기 십상이다. 과거 영화제 성공의 기틀이 된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할 공간은 드물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가 된 셈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거대 양당의 정치 행태도 BIFF 못지 않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 양당 모두 일반 국민이 모여있는 광장이 아닌 자기들만의 공간으로 더욱 깊게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3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여당은 ‘개혁’이란 두 글자를 앞세워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삼권분립을 뒤흔들고 있다. 정확하게는 강성 지지층 ‘개딸’들만 바라보며 내부의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에도 입법, 행정 권력에 이어 이제는 사법 권력까지 그들의 욕망은 끝이 없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바닥을 찍고 있는 제1야당 국민의힘에도 평범한 일반 국민이 기댈 여지는 없다. 2019년 황교안 체제 이후 5년여 만에 거리로 뛰쳐나갔지만 정작 선행돼야 할 쇄신은 없다. 여기다 각 당협별로 할당된 동원 인원수, 그리고 이들로부터 명목상의 회비는 받지만 이걸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비용은 내부에서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당에서 추산하고 있는 권리·책임당원(민주당 약 110만 명, 국민의힘 약 74만 명)이 아닌 대한민국의 5000만 일반 국민이 그들이 주장하는 ‘선출된 권력’의 근간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