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몇 번 써야 이득일까? [궁물받는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마다 손에 쥐게 되는 일회용 컵, 장을 볼 때마다 한 두개씩 딸려오는 비닐봉지, 개별포장으로 소분된 음식까지. 일회용품은 일상에서 쉽게 떼어낼 수 없는 편의용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용기내 챌린지’ 같은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텀블러와 유리용기, 에코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요. 일각에서는 “텀블러를 수백 번 사용할 것이 아니면 또 다른 환경 오염일 뿐이다”, “에코백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자원이 일회용 봉지보다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텀블러와 에코백, 정말 많이 써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요?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환경운동연합 유혜인 선임활동가에 물어봤습니다.
- 다회용 빨대와 텀블러, 에코백 등 제품은 실제로 도움이 되나?
“순환경제 관점에서 보면 다회용 제품 사용은 분명 의미가 있다.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지점은 새로운 자원이 투입되고 쓰레기가 발생하는 총량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보다는 반복해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원 소비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핵심은 ‘무엇을 얼마나 줄였는가’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하나 더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오래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다회용 빨대가 꼭 필요하지 않다면 안 쓰는 게 최선이고, 텀블러를 샀다면 꾸준히 들고 다니면서 1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친환경 소비보다 더 중요한 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 ‘몇 번 이상은 써야 일회용 대비 환경적 이득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관련 연구들이 강조하는 것은 다회용 제품이 ‘그만큼 오래 쓰여야 한다’는 사실이지, ‘차라리 일회용품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이 아니다. 일회용품은 한 번 쓰고 바로 버려지면서 쓰레기 문제와 자원 낭비를 근본적으로 키운다. 반면 다회용 제품은 반복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도구이고, 그 목적에 맞게 충분히 오래 사용할 때 진짜 효과가 나타난다. 에코백이 이미 집에 여러 개 있다면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것을 오래 쓰면 되고, 텀블러도 디자인에 따라 여러 개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개를 오래 쓰면 된다. 다회용의 가치는 ‘소유’가 아니라 ‘습관’에 있다.”
-실제로는 효과가 크지 않은데, 환경에 좋다고 오해하는 ‘친환경 습관’이 있을까.
“분리배출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재활용되니까 괜찮다’라고 생각하면서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데,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 지금까지 해온 작은 실천들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지만, 어떤 행동이 더 효과적인지 알수록, 우리의 노력을 더 가치 있는 방향으로 모을 수 있다. 모든 시도는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작은 실천이라도 ‘소비를 줄이고 오래 쓰는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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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