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여가 경력은 있으신가요?
이재정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를 정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던 어르신들을 시설이 좋은 인근 노인복지센터 등으로 옮기도록 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반대는 심했고, 아직 일부는 자리를 옮기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단속과 정비로 많은 어르신들이 노인복지센터 또는 예전에 영화를 상영했던 인근 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탑골공원 일대 정비와 관련해 서울시의 명확한 입장이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정비 사유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노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친구를 사귀고, 무료 식사를 하고, 장기나 바둑 등을 두면서 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했던 소중한 장소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노인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주요 조사 연령대는 60~70대였다. 대상자가 적어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이전의 노인들과 다른 특성은 분명히 나타났다.
가장 큰 특징은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고, 건강 유지를 위해 산책이나 등산을 하거나, 헬스클럽 등에 다니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 시청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심지어 본인이 동영상 제작을 직접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분도 있었다. 그리고 자연 경관이 좋은 곳을 선호했고, 새로운 도전이나 젊어서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다. 노인 세대가 달라진 점들이다.
2010년 1차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이전과 달라진 노인 세대의 등장에 우리 사회는 주목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노인 세대의 변화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신노년 세대의 생활 양식과 여가 활용 등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신노년 세대는 변화하고 있고, 후기 고령자(75세 이상의 노인)의 대부분은 서울 탑골공원 노인들처럼 익숙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시간을 보내길 희망한다.
이제 우리 인생에서 노년은 가장 긴 인생의 여정이 됐다.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이지만 노인이 되면 신체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고, 사회적인 지위도 달라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럴 때 만약 지속적으로 해왔던 여가문화생활이 있다면, 혹은 이를 함께하는 모임이 있다면 노인 세대가 겪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화에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여가 경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노년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꾸준히 여가문화생활을 즐길 만큼 충분한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