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건설업 고사 위기… 규제 아닌 부양 대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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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위험 247곳 "한계 도달" 아우성
수도권 차별화된 핀셋 정책 서둘러야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정종회 기자 jjh@

지역 건설업계가 ‘일감 부족’ 때문에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부실’ 평가를 받는 지역 건설사가 3년 새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건설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활황이지만 지역은 수요 위축과 미분양 확대로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건설업체들이 하도급 공사에서도 소외되는 일이 허다하다. 고강도 산재대책도 지역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는다. 지역 건설사들은 이젠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아우성이다. 지역 건설업은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규제를 풀고 부양 대책을 마련해 지역 건설업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022~2025년 신용평가 및 상시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HUG의 전체 보증거래업체 2740곳 가운데 397곳이 대출 증가로 ‘주의’ 또는 ‘경보’를 받아 부실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 또는 경보를 받은 지방 건설사는 247곳으로 수도권(150곳)에 비해 100곳 가까이 많았다. 2022년만 해도 지방 부실 건설사는 114곳에 불과했다. 3년 만에 그 숫자가 116% 이상 폭증한 것이다. 부산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액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전국 100위권 내 6개였던 부산 건설사는 올해 4개로 감소했다. 전국 200위권에는 지난해 18개가 포함됐지만 올해는 12개에 그쳤다.

올 들어 부산에서는 삼정기업(114위)과 삼정이앤씨(122위)가 반얀트리 호텔 화재 여파와 그 전부터 있었던 유동성 위기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 역시 미수금 규모가 커지면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지난해에는 부산 중견 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대여섯 곳이 부도 처리되고, 50여 곳이 폐업·등록말소됐다. 지난해 부산 지역 전문 건설공사액 5조 5000억 원 중 부산 업체의 수주 비중이 처음으로 46%로 추락한 것은 지역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방증한다. 이제 건설업에서도 수도권과 지역 업체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중대재해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지역 건설사들을 힘겹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등록말소를 요청하는 규정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법인에 대해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노동 안전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당수 지방 건설사들을 배려하는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관급공사 등에 지역 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확대하는 등 수도권과 차별화된 핀셋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1가구 2주택 세제 완화 등 지방에 특화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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