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구조조정에 간판 내리는 치안센터, 주민 안전은…
지구대 등 담당 부산 경찰 인력 대폭 줄어
치안 실핏줄 급격 축소… 지속성 꼭 필요
이재명 정부의 경찰 조직 개편으로 내년부터 부산 경찰 인력이 무려 221명 줄어든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 수도권(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 4개 경찰청은 527명이 늘어난다. 특히 부산에서 줄어드는 인력의 상당수는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일선 경찰서, 파출소, 지구대에 집중돼 있어 치안의 최전선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이번 조정은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와 1인당 범죄 건수 등을 기준으로 한 결과라고 하지만, 낙후 지역일수록 치안 수요가 더 크다는 현실을 간과한 채 지방 치안의 특수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조직 개편은 시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은 이미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지구대의 인력 부족을 호소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에서 일선 경찰서 78명, 파출소·지구대 165명이 줄어든다. 특히 112 신고 출동이 올해 6만 3000여 건으로 가장 많은 부산진경찰서는 8명 감축이 예정돼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장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안 그래도 일이 많은데 어디서 인원을 줄이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직협의 지적처럼 인구 통계만으로 치안 수요를 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인구 감소가 범죄 감소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소외 지역일수록 더 촘촘한 치안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구가 줄어드는 비수도권은 ‘안전할 권리’마저 빼앗기는 셈이다.
문제는 이번 감축이 단순한 숫자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에서 신설된 기동순찰대가 정권 교체 직후 축소된 사례에서 보듯 경찰 조직이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더 심각한 것은 골목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의 실핏줄인 치안센터의 급격한 축소다. 2023년 12월 부산경찰청은 치안 수요 저조를 이유로 50곳을 폐지했고 상당수가 민간에 매각돼 필라테스 센터나 사무실로 변모했다. 남은 39곳마저 상주 인력이 줄어들면서 골목길, 전통시장, 어르신 생활권에서 경찰의 눈과 귀가 사라지고 있다. 치안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정부가 민생범죄, 특히 보이스피싱과 신종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지역 치안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면 궁극적으로 그 명분마저도 지역 주민이나 시민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시민의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가치이다. 안전은 단순한 인구수로 계산할 수 없다. 범죄 가능성, 지역 특성, 주민 생활 패턴까지 고려한 세밀한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경찰은 지역 차별이라는 불신이 커지지 않도록 부산 등 비수도권 도시의 치안망을 재점검하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골목 치안은 단순히 숫자와 통계만 가지고는 결코 메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