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경남 행정통합 지지부진 부울경 특별연합 전철 밟나
인지도 조사 발표 연기… 동력 상실 우려
새 정부 광역경제권 맞춰 전략 재점검 필요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수도권에 대응하는 광역경제권 조성을 위한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 대신 2022년부터 추진됐다. 당시 경남도에서 특별연합이 별 실익이 없고, 부산의 ‘빨대 효과’로 인한 서부 경남 소외 등 지역소멸 위기 가속화를 우려해 행정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논의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고, 두 시도는 지난해 11월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다. 이어 통합 방식으로 새로운 통합지방정부를 신설하는 ‘2계층제’와 연방제 주와 같은 최상위 지방정부에 준하는 주를 신설하는 ‘3계층제’ 두 모델을 제시했다. 제도의 틀을 만드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행정통합의 성패가 달린 주민 공감대 형성은 이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뒤 권역별 토론회, 전문가 토론, 여론조사를 주관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달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네 차례씩 권역별 시도민 토론회를 개최해 시민 의견을 청취하려고 했다. 그런데 공론화위가 12일로 예정된 행정통합 인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을 취소했다고 한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25일 경남 창원에서 마지막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남 지역의 수해 복구와 이재명 대통령의 부산 타운홀미팅 등을 이유로 취소됐다. 결국 인지도 조사 결과 발표 연기로 행정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오고 있지만, 문제는 자칫 좌초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지역에서 감지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권순기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이 사임한 것이다. ‘교육감 출마 예상자로 거론돼 공동위원장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위원회 활동과 도정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행정통합에 대한 경남의 관심도가 여전히 저조한 데다 지역 내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3주동안 이어졌던 수장 공백 사태는 위기감을 높였다. 특히 내년 6월 펼쳐질 지방선거에서 행정통합을 이끌어왔던 시·도지사가 교체될 경우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안이다. 이재명 정부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동남권·충청권·대경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를 육성하는 ‘5극3특’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부울경 메가시티를 주도했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새 정부의 기조에 대비해 지역에서 광역경제권 구성, 지방소멸 대응 등 다양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역에서조차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분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좌초한 부울경 특별연합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