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에펠·우장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이야기
부산대 송성수 교수 <경계를 넘나든 통섭의 과학기술자들>
단순한 '다재다능' 아닌 새로운 통찰 만든 인물 12명 다뤄
레오나르드 다빈치, 벤저민 프랭클린, 귀스타브 에펠, 우장춘. 이들의 공통점은?
각기 다른 시대와 분야에서 활약한 인물이지만 모두 과학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조한 사람들이다. 이번에 나온 <경계를 넘나든 통섭의 과학기술자들>은 여러 분야를 오가면서 통합적 성취를 이뤄낸 과학자 12인의 삶을 탐구한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융합형 인재’ 또는 ‘통섭형 인간’과 같은 용어가 자주 언급된다. 과거에는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가 강조됐다지만 그 때도 사회를 움직여온 ‘팔방미인’들이 적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였지만 기술과 과학에서도 천재성을 발휘했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자연과학의 기초를 정립하고 수학에도 업적을 남겼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독립선언서를 만들고, 건국에 기여한 유명 정치인이지만, 인쇄업자·전기 실험가·외교관으로도 폭넓게 활약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전자기 유도’를 발견해 현대 물리학의 기틀을 놓았다. 릴리언 길브레스는 여성 최초의 공학박사로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접목해 산업공학을 확장했고, 레이첼 카슨은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환경 문제를 고발하며 과학과 문학, 시민운동을 연계했다.
새뮤얼 모스는 미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귀스타브 에펠은 화학을 공부하다 철의 세계에 입문한 뒤 세계적인 교량과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을 세웠다. 닐스 보어는 과학과 철학을 섞어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시했으며, 라이너스 폴링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였지만 이후에는 반핵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한국인 우장춘은 일본과 한국의 국경을 넘어서 종의 합성과 씨앗 독립을 이뤄낸 세계적인 과학자였다. 앨런 튜링은 현실과 상상을 연결하는 괴짜 학생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영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족적을 남겼다.
책에 빠져들다 보면 이들의 삶을 단순한 ‘다재다능’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세계를 오가며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낸 ‘지적 경계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를 깊게 팠는데, 그 깊이는 넓은 시야와 연결돼 있다.
저자는 인물들의 위대한 업적에만 주목하지 말고, 이들이 어떻게 경계를 넘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결과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를 염두에 두고 독서하라고 권한다. 특히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민해보라는 제안도 했다.
저자인 송성수 부산대 교수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에서는 물리교육과 교수를 거쳐 지금은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기술이 사회와 맺는 관계, 과학자가 일생을 통해 어떻게 사회와 영향을 주고 받는지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송성수 지음/자유아카데미/332쪽/2만 3000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