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의 클래식 수준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개관 페스티벌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다수의 수도권 매체들이 부산 관객의 공연 감상 태도를 혹평했다. 부산콘서트홀 예술감독인 정명훈의 지휘로 지난달 20일 열린 개관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에 대한 기사에서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가 터져나와 몰입을 떨어뜨린 점은 클래식 감상 문화의 아쉬운 측면을 드러냈다”(J일보), “악장 사이 박수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옥의 티였다”(M경제신문),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온 바람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H일보)
“이날 아쉬웠던 것은 관객의 감상 매너였다. 협주곡과 교향곡의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나와 곡의 진행이 늘어지면서 몰입을 방해했다”(K일보), “악장 간 박수 등 객석의 비(非)매너가 연주자와 관객의 몰입을 깨트렸다”(N통신사)
한 국립예술기관장은 “대다수 관객들이 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치는 일이 벌어져 연주자들에게 빈축을 샀을 것”이라고 기자들과 인터뷰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3월 15일 독일 베를린의 ‘베를린 필하모니아 홀’에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클래식 공연장에서,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이,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와 환상의 무대를 펼쳤다.
그런데 1악장이 끝날 때 예상 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조성진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떠나자마자 객석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클래식 ‘규칙’을 모르는 소수의 관객 만이 친 박수가 아니라 거의 모든 객석에서 터져나온 감동의 표현이었다.
박수는 정확히 17초 동안 계속됐고, 조성진은 눈을 지긋이 감고 청중의 환호를 음미했다.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는 박수가 끝난 뒤 무려 32초를 더 기다렸다가 2악장 지휘를 시작했다.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는 클래식의 관행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공연의 완성도를 위한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노력도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악장 사이의 박수를 곧바로 부산의 클래식 관람 ‘수준’으로 폄하해선 안 될 일이다. 베를린 필에서의 사례 뿐만이 아니라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추고자 하는 세계적 흐름도 거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