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예산 떠넘기기’… 저소득층 ‘공공 돌봄’ 어쩌나
교육청 부담하던 초과근무수당
올해부터 학교 자체 충당 변경
방과후 등 복지 프로그램 ‘위축’
시교육청 “투명성 위해 불가피”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부산 지역 교육복지 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됐다. 올해부터 교육공무직원의 초과근무수당 지급 주체가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바뀌면서 방과후 학교나 주말 프로그램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청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당 지급 방식을 바꾸면서 공공 돌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월 교육복지사를 포함한 교육공무직원의 초과근무수당을 각 학교가 자체 예산으로 지급하라고 안내했다. 이 수당은 원래 학교에서 집행하던 항목이지만, 지난해 시교육청이 학교행정지원본부를 신설하며 직접 지급 방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일선 학교의 행정과 예산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학교가 예산을 집행하는 체계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에 방과후나 주말에 운영 중인 교육복지 프로그램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교육복지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상담, 진로 탐색, 문화 체험 등을 뜻하며 ‘학교의 사회복지사’로 불리는 교육복지사가 주로 운영한다. 현재 부산에는 초등학교 83곳, 중학교 58곳 등에 총 147명의 교육복지사가 배치돼 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당장 주말 교육복지 프로그램부터 축소하는 분위기다. 학교 차원에서 ‘예산이 없다’며 교육복지사에게 주말 활동을 자제하거나 수당 대신 대체 휴무로 처리하라고 안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육복지사는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2월부터 교육복지 프로그램 운영을 축소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 수요가 있음에도 기존 프로그램을 없애야 했다”면서 “주말 근무를 해도 초과근무수당 대신 대체 휴무를 권유 받았는데, 업무가 많은 상황이라 눈치를 많이 보며 불편하게 쉬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시교육청은 수당 집행과 복무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교육청이 직접 수당을 지급하자 청구 금액이 1년 사이 10% 이상 증가했고, 학교행정지원본부 소속 인원이 한정돼 있어 개별 복무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초에는 일선 학교의 업무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교육청이 직접 수당을 지급했지만, 복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려가 커졌다”며 “결국 관리 감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학교 단위에서 집행하도록 다시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협약에도 초과근무는 원칙적으로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대체휴무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교육계는 이번 조치가 교육복지사의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복지 프로그램은 방과후와 주말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일선 학교에만 맡기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교육복지사협회 서보균 협회장은 “부산시교육청이 사전 협의나 충분한 예고 없이 수당 지급을 중단하고 예산 부담을 학교로 넘기면서, 결국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공공 돌봄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단체협약에도 초과근무수당 지급 주체는 교육청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를 각 학교 예산으로 전가한 건 법적 정당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