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혁신 중소기업도 ESG 경영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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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평욱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정책기획단장

천평욱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정책기획단장 천평욱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정책기획단장

어떤 결말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된 대공황은 극심한 부의 불평등과 시장의 비효율성이 초래한 결과였다. 당시 미국의 상위 1%가 국부의 60%를 차지했으며, 기업들은 단기적 경기 호황에 집중해 무분별한 과잉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나 소비는 생산을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세계 경제는 붕괴했다. 이는 기업이 경제적 역할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오늘날 기업은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단기 수익에만 몰두할 경우,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역 혁신 중소기업에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ISO 26000을 통해 설명책임, 투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관계자 존중, 법치 존중, 국제 행동규범 존중, 인권 존중의 7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ESG 경영의 근간이 되는 요소들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 가이드라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도 ESG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수출기업은 ESG 성과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투자시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2020년 연례 서한에서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재무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하며, ESG 기반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기후변화 대응 역시 ESG 경영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1992년 리우 유엔기후변화협약부터 2015년 파리협정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을 위해 협력해왔다. 한국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대응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원부자재 사용 절감, 에너지 효율 향상, 폐기물 및 오염물질 배출 감소 등 환경 이슈를 기업 경영 전략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ESG 경영은 단순한 환경 보호 활동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기업 이사회는 ESG 안건을 정기적으로 상정하고, 심의 및 의결 과정을 통해 ESG 전략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ESG는 중소기업에게도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인텔과 IBM은 절전 기술을 개발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고, 월마트는 포장 축소 및 배송 경로 최적화로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했다. 네슬레는 커피 생산지에 농업, 금융, 물류 기업을 유치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도 중소기업들의 ESG 실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중소 가구업체는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친환경 원목을 사용하고, 폐목재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지역 혁신 중소기업 역시 이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 ESG 경영을 도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투자 유치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친환경 소비자의 증가, ESG 평가의 기업 신용 및 정부 지원 연계 등 환경 변화는 ESG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장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 그것이 바로 ESG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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