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일 대륙붕 협정 50년, 다시 해양주권을 묻다
최홍배 국립한국해양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지난 6월 22일,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았다. 양국이 우호 동반자 관계를 다져온 이 해에, 동아시아 해양질서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바로 1978년 발효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2028년 종료될 가능성 때문이다.
이 협정은 제주도 동남방 약 8만 4000㎢에 달하는 대륙붕, 이른바 7광구를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은 이 구역은 양국의 주권적 권리가 중첩된 지역으로, 국제법상 '중첩 대륙붕' 개념이 적용된다. 그러나 해양법의 변화와 일본의 비협조로 인해 공동개발은 사실상 중단되었고, 협정의 유효기간 50년이 끝나는 2028년 이후 협정은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일 대륙붕 해양경계, 2028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만약 일본이 협정 종료를 선언한다면,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외교전이 시작된다. 이는 한일 간 해양경계획정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현재 국제법 흐름은 해양경계획정에 있어 '자연연장론'보다는 '등거리·중간선 원칙'을 우선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7광구의 상당 부분이 일본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이미 협정 종료 이후 이 지역에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준비를 해왔고, 한국은 자연연장론에 기반한 기존 주장을 국제사회에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륙붕 협정 종료로 동아시아 해양질서가 요동친다. 협정이 종료되면 해양경계 협상에 제3자인 중국이 본격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오키나와 해구까지 자국 대륙붕이 연장된다고 주장하며, 한일 공동개발구역 대부분에 대한 관할권을 요구할 태세다. 이미 동중국해에서 일방적 해양 관할권 주장을 강화하며 해양 패권을 확장하고 있다.
동아시아 해양 패권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한일 간 해양경계 분쟁이 국제법정으로 가기 전, 정부는 외교적·법적 대응 방안을 세밀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중국 변수를 고려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중국이 협정 종료 후 한중일 대륙붕에서 단독 탐사 및 개발을 추진할 경우, 동중국해는 새로운 갈등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협정은 끝나도 바다는 남는다. 지금이야말로 한일 관계와 우리의 선택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첫째, 일본과의 조속한 협상을 통해 7광구의 공동개발 또는 경계획정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둘째, 중국의 단독 개발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법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미중 해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 및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우리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지자체와 해양 산업계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부산 등 해양도시들은 7광구 개발에 대비한 해양과학기술 연구와 해양 인프라를 보다 더 확충해야 한다. 석유·가스 개발, 해양에너지 활용을 위한 지역 기반 조성을 통해 협정 종료 이후의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도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바다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해양주권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다. 국가적 이해가 걸린 이 사안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가 절실하다. 해양주권 수호는 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시대적 과제다.
2025년, 한일 해양분쟁의 신호탄이 울린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바다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결코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종료는 끝이 아니라, 해양질서 재편의 시작이다. 동아시아 바다를 지키기 위한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