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몽골의 모래바람을 잠재운 K컬처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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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나라 몽골… 산업화로 한류 바람 거세
고층 아파트 건설, 농촌 비닐하우스도 생겨나
한국 기업, 20년 전 평원에 ‘희망·가능성’ 심어
수교 35년 맞아 자원외교 강화·교류 확대해야

얼마 전 직장 동료와 함께 몽골에 다녀왔다.

몽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넓은 초원과 게르, 양, 말, 칭기즈칸 등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동안 상상했던 몽골의 한 장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원이 많은 몽골에는 말과 양 떼만 있는 평온함, 그 자체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도심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들녘에 비닐하우스가 생겨나는 등 산업화 바람이 거세다. 이 가운데 가장 센 바람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몽골에는 유독 심하다는 점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고층 아파트 건설이 줄을 잇는 등 산업화가 한창이다. 도심에는 우리나라 편의점인 CU와 GS25가 진출해 성시를 이룬 지 오래다. 한국어 간판을 단 식당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E-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시설도 몽골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심에선 한국어로 길을 물어봐도 될 정도다. 한국이 몽골 산업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가보지 않은 사람도 언론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 몽골 자연환경까지 바꾼 성공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350km 떨어진 셀렝게 주 토진나르스. 이곳은 몽골 최 북단으로 러시아 국경과 인접해 있다. 특징이라면, 나무 한 그루도 보기 힘든 여느 몽골 평원과 달리 소나무 숲이 무성하다. 밖에서 보면, 몽골이 아닌 한국의 소나무 조림지라는 느낌을 준다. 조림 면적은 3250ha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다.

몽골에서도 오지나 다름없는 이곳에 세계 곳곳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한국인은 물론 백색 피부와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숲 입구에는 매표소도 있다. 이와 함께, 관광객이 숲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도록 4층 높이의 전망대도 설치됐다. 전망대 입구에는 숲을 조성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한국어 안내판도 세워졌다. 이곳은 몽골 자연림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조성한 숲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숲 전체에 높이 3~4m 소나무가 가로, 세로로 대형을 맞춰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현지 산림관리자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이 곳에 큰 산불이 발생했다. 이곳에는 몽골 전체 소나무 숲의 16.2%를 차지할 만큼, 무성한 산림지역이었다. 산불로 인해 모랫바닥이 드러나고 사막으로 변할 우려가 높았다. 당시 몽골 정부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했다.

한국 기업인 유한킴벌리가 2003년부터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로 20여 년이 지났다. 산불로 인해 모래 언덕으로 변했던 곳이 20년 만에 거대한 소나무 숲으로 환골탈태한 경우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나무 숲은 망망대해나 다름없다. 누런 모랫바닥이 푸른색의 나무바다로 변한 셈이다. 몽골판 ‘상전벽해’나 다름없다.

이 숲은 몽골 사람은 물론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황량한 모랫바닥에 던진 ‘희망과 가능성’의 씨앗인 셈이다. 거대한 숲은 몽골 초원의 모래바람을 잠재운 한국 바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한국의 여러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수 년전부터 몽골 조림 사업에 나서고 있다. 조림 사업에 힘입어 최근 곳곳에서 생겨나는 것이 한국판 비닐하우스다. 울란바토르 외곽 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택 인근에 설치된 비닐하우스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무 심기 전 육묘작업을 위해 설치했던 비닐하우스가 요즘에는 채소 재배와 각종 농작물 생산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몽골에서 볼 수 없었던 수박과 방울토마토, 오이 등을 재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목민의 나라 몽골에서도 채소와 과일에 대한 신세계가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농업전문가 진단이다. 최근에는 K-스마트팜 기술까지 전수하고 있다.

한국은 1990년 몽골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몽골 영토는 한국 면적의 15배가 넘지만 인구는 340만 명이다. 330만 명인 경남 도민보다 조금 많다. 그 때문에 몽골은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그렇다고 해서 황량한 초원에 말만 키우는 나라가 아니다. 생산량 세계 9위의 몰리브덴을 비롯, 주석 등 다양한 희소금속을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다.

특히, 희토류가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로 수교 35주년이다. 몽골에서 유행하는 K-컬처를 바탕으로 한국과의 자원외교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kks66@busan.com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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