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주민도 안 반기는 야구장을 지었는데…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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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지역미래팀장

애틀랜타 구장 '트루이스트 파크'
우려·반발에도 단지 개발로 추진
구장 흥행하고 도시재생도 성공
북항 야구장도 적극적 행정 필요

부산의 야구팬을 설레게 또는 긴가민가하게 하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선방으로 이번엔 가을야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하나이다. 나머지는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회장의 2000억 원 기부 약속으로 촉발된 북항 야구장 가능성이다. 어쩌면 정말 ‘바다 야구장’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 덕에 여기저기서 모범 사례로 국내외 야구장이 소개되고 있다. 다들 화려하고 멋진 야구장들이다. 국내에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있고, 일본에는 화려한 공연이 자주 열리는 일본 ‘조조 마린스타디움’이 있다. 스플래시 히트가 유명한 ‘오라클 파크’, BTS의 콘서트장이었던 ‘시티필드’ 등 미국의 야구장들도 단골 메뉴로 소개된다.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트루이스트 파크’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야구장만 보면, 4만여 명 관중석 규모의 평범한 곳이다. 시야를 넓혀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 추진된 ‘배터리 애틀랜타’ 단지까지 같이 함께 살펴보아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야구장을 잘 지은 사례라기보다 도시재생에 성공한 프로젝트다.

2013년 11월 브레이브스 구단은 애틀랜타 교외의 코브 카운티와 새 야구장 건설 MOU를 체결했다. 이어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2016년 계약 만료와 함께 도심의 ‘터너 필드’를 떠나고, 대신 교외에 새 구장을 짓고 주변을 엔터테인먼트 단지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업은 극비리에 진행됐는데, MOU 발표와 동시에 난리가 났다. 예상보다 훨씬 저항이 컸다. 터너 필드 주변보다 코브 카운티에서 반발이 거셌다. 지역 사회는 사업 예정지가 지하철이 안 가는 곳이라 새 구장이 흥행할 리 없다고 우려했다. 그런 사업에 혈세를 지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트루이스트 파크 사업비는 6억 7200만 달러, 원화로는 9000억 원이 넘는다. 45%인 3억 달러, 4100여억 원을 지자체가 공공채권을 발행해 부담했다. 나머지는 구단이 마련했다. 추가로 함께 추진된 배터리 애틀랜타 단지의 사업비는 4억 달러, 5500억 원 정도다. 모두 민간 자금으로 이뤄졌다. 이 단지에는 4성급 호텔, 4000석 규모의 공연장, 각종 상업시설로 채워졌다. 500세대 주거지와 각종 오피스도 들어섰다.

코브 카운티 행정 당국은 새 구장 건설에 적극적이었다. 야구장과 엔터테인먼트 단지가 결합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여론은 반대였다. 도심 외곽이다 보니, 야구장 팬들도 줄고 단지도 텅텅 빌 것이라고 봤다. 극비리에 사업이 추진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밀실 행정이었다는 거다. 극심한 충돌로 의회 안건 심의가 안 될 정도였고, 주민들의 소송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7년 야구장과 엔터테인먼트 단지는 겨우 준공했다.

어떻게 됐을까. 2021년 코브 카운티 상공회의소는 이 프로젝트를 “지역과 주 전체에 윈-윈이 된 홈런”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 한 해에만 1000만 명 이상 찾았으며, 세금 수입도 기대치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파파존스 피자의 본사도 이전해 올 정도로, 배터리 애틀랜타 단지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부동산 가치가 너무 폭등해 문제가 될 정도다.

일각에서는 파급효과가 과장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때마침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등 운도 좋았다. 그럼에도 트루이스트 파크 일대가 애틀랜타의 명소이자 지역 경제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지금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브레이브스 구단주는 사업을 극비로 추진한 것에 대해 “일찍 알려졌다면 ‘정말 타당한지 검증해 보자’라며 반대하는 이들이 훨씬 많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실 행정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예사롭지 않은 일에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불가피하다는 건 사실이다. 우려를 이겨낼 용기가 있어야 큰 일을 하는 법이다.

트루이스트 파크와 비교하면 북항 야구장은 오히려 전망이 밝다. 접근성이 좋고, 바다와의 연계 등을 고려하면 각종 사업을 유치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많은 시민이 원하고 있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오히려 공공에서 주저주저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와 부산시가 우려보다 가능성을 보려 하면,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 굳이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가덕신공항 등도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처음엔 꿈 같은 소리처럼 들렸는데 현실이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이다. 부산이 추가 홈런을 날리려면, 우리가 한번 더 용감해져야 하는 때가 됐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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