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맛있는 음식 vs 몸에 좋은 음식
손은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영양팀장·동남권항노화의학회 식품영양이사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다”, “맛있는 음식은 건강에 해롭다.” 흔히 듣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맛있다’는 감각은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단맛, 짠맛, 감칠맛, 매운맛 같은 자극적인 미각 요소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음식, 유행하는 메뉴처럼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특히 젊은 세대나 남성은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대로, ‘몸에 좋다’고 평가되는 음식은 영양의 균형, 소화의 편안함, 질병 예방 효과 등 건강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 최근에는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혈당 스파이크’를 억제하는 식단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며, 중장년층과 여성은 이러한 음식에 특히 긍정적이다.
맛의 기준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전라도는 풍성한 양념을, 경상도는 짠맛과 매운맛을, 강원도와 제주도는 담백한 조리법을 선호한다. 결국 ‘맛’은 나이, 성별, 건강 상태,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인 개념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음식은 정말 맛이 없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가 지중해식 식단이다. 채소, 과일, 생선, 견과류를 올리브유와 함께 섭취하는 이 식단은, 오랜 시간 축적된 지역의 문화와 기호를 반영한 결과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맛있는 건강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건강식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음식 자체의 한계라기보다는 조리법과 기억, 감정, 인식 등 ‘맛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서다. 예컨대 브로콜리를 그냥 찌는 대신, 올리브유에 살짝 굽고 레몬즙과 소금을 더하면 풍미가 확 달라진다. 조리법 하나만으로도 음식의 맛과 매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맛은 감정과 기억과도 연결되어 있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한 식사는 그 음식 자체를 더 맛있게 느끼게 만든다. 건강식도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먹는다면 충분히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반복이다. 건강식을 먹고 난 뒤 속이 편안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이 축적되면, 뇌는 그 음식을 ‘기분 좋은 음식’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나는 건강한 맛을 즐기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건강식은 억지로 참고 먹는 음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즐기는 음식이 된다.
몸에 좋다고, 건강에 좋다고 맛없는 음식들을 계속 먹어야 한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 칼럼에서 계속 언급한 것처럼 건강을 잘 유지하고 노화를 억제하기 위해 먹는 음식의 선택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한 번 두 번으로 그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기에 몸에 좋은 음식들을 맛있게 오래도록 잘 먹는다는 것은 이 세상의 어떤 약들보다 더 중요하고 효과가 크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