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만에 만나는 러-우크라, 평화 협정 맺을 수 있을까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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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중재로 이스탄불서 협상 시작
푸틴-젤렌스키 직접 담판은 불발된 듯
양국 간극 커 휴전 선언 쉽지 않을 듯

15일(현지 시간) 안드리이 시비하(왼쪽)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마코 루비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 린지 그레엄 미국 상원의원과 튀르키예 안탈랴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 시간) 안드리이 시비하(왼쪽)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마코 루비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 린지 그레엄 미국 상원의원과 튀르키예 안탈랴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의 중재로 튀르키예에서 평화 회담을 연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스탄불 회담이 성사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참석을 역제안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14일(현지 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과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부 차관이 러시아 대표단으로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대표단과의 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발표로 푸틴 대통령의 불참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메딘스키 보좌관과 포민 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열렸던 양국의 마지막 협상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이스탄불 회담은 지난 11일 푸틴 대통령의 전격 제안에 따라 성사됐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역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을 고려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대표단만을 보내면서 정상들은 참여하지 않고, 고위급 실무 협상이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스탄불 회담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200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정상 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협상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전쟁 발발 직후 이뤄졌던 협상을 제외하면 사실상 3년여 만에 양국이 처음 만나는 자리라는 의미는 있다.

미국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키스 켈로그 특사 등이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불참하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안드리이 시비하 외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제는 평화 협정까지 길이 순탄하지 않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들로부터 확실한 안보 보장을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 회원국이 아니지만,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면 적어도 자국이 공격당하면 전체 회원국이 공동 방어에 나서는 나토 조약 제5조와 유사한 강력한 안보 보장을 요구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강력하게 반발해 왔고, 우크라이나가 외국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 중립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실적으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등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군사력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중립국이 될 생각이 없다.

영토 문제도 걸림돌이다. 3년 이상 전쟁을 치르면서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통제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전쟁 발발 후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의 70% 이상, 하르키우 지역 일부를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해당 지역 전체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지 않은 지역도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루한스크, 자포리자, 도네츠크, 헤르손 일부 지역에 한해서 사실상 러시아 통제 영역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대신, 하르키우 일부 지역은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고,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는 미국이 통제·관리하는 안이다.


우크라이나는 “점령지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다만 휴전 이후 영토 문제는 협상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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