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공화당 ‘IRA 폐기’ 법안 발의 파장…"통과는 쉽지 않을 듯"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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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시한’ 내년 말까지로 6년 앞당겨
트럼프 대통령의 ‘IRA 폐지’ 공약 구체화
'미 3위' 현대차그룹 대응 만전…통과 땐 타격
의회·주정부 반대에 법안 통과 여부 미지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생산된 아이오닉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생산된 아이오닉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미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명문화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법안 통과 시 글로벌 3위 완성차업체로서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현대차그룹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부터 IRA 폐지를 공약했고,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파급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기차 보급과 관련한 미국 주(州) 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확고하고, 이에 기반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도 늘고 있어 IRA 폐지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은 12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30D)를 2027년에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 법안을 공개했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가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법안이다. 원래 IRA는 이 세액공제 시한을 2032년 12월 31일로 규정했으나 하원 공화당 법안은 이 시한을 2026년 12월 31일로 6년 앞당겼다.

그러면서 2026 과세연도에 구매한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를 생산한 업체가 2009년 12월 31일∼2025년 12월 31일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가 20만대를 넘을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법안 통과 시 미국 업체인 테슬라, GM과 현대차그룹 등은 올해까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원 공화당 법안은 상업용 전기차에 제공했던 '45W 세액공제'도 없애기로 했다.

45W 세액공제는 차량 대여(리스)와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의 경우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로, 미국이 한국 정부와 업계의 요청을 수용해 만든 조항이다.

이러한 법안 발의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부터 IRA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IRA 폐기 시점을 올해 말로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올해 1∼3월 미국 전기차 시장 누적 점유율이 8.0%로 테슬라(35.6%), GM(8.4%)에 이어 3위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10~12월) 및 연간실적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RA를 폐지하려면 의회를 통과해야 해서 그 과정이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고, 올해까지는 보조금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9월부터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고 보고 그 기준으로 시나리오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IRA 보조금 수령을 위해 전기차 공장으로 지어졌던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하이브리드차 생산라인을 추가하고, 내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원 공화당 법안은 의회 내 반대가 커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번 법안은 세입위에서 발의한 것으로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또 향후 심의 과정에서 세액공제 덕분에 경제적 혜택을 보는 지역구 소속 정치인들의 반대가 예상된다.

IRA 혜택을 받기 위해 타국 업체들이 공장을 지었던 지역이 조지아·미시간·오하이오 등 이른바 쇠락한 공업지역이라 만약 IRA 폐기되면 현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1명은 지난 3월 하원 세입위의 공화당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IRA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의 존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고 있어 법안 통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1∼3월 미국에서는 작년 동기 대비 12.3% 늘어난 38만 85대의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차 포함)가 팔렸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 곳인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 곳인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17개 주(州)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지원 보조금 중단에 반발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입안하고 의회가 승인한 50억 달러(7조 원) 규모의 '충전 인프라 확대 보조금'(NEVI) 프로그램을 중단하자 위법이라며 주 정부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IRA의 혜택을 받은 주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가 클 것이라 법안의 상·하원 통과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법안 발의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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