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0만 청년의 ‘혼밥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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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한국자원봉사연합회 이사장

우리가 어릴 때 식구들이 둘러앉아 엄마가 만든 큰 바가지에 담은 비빔밥을, 서로 많이 먹겠다고 숟가락 싸움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아이들이 사는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세계였지만, 배고팠던 그때가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발표된 세계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47개국에서 58위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웰빙리서치센터와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위크(SDSN)와 함께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핀란드가 1위, 덴마크 2위, 미국이 24위, 일본 55위, 한국 58위, 중국 68위, 아프카니스탄 147위이다. 이번 발표자료가 흥미로운 것은 식사 공유 횟수가 행복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단순한 부(富)나 경제 성장의 문제가 아니고, 신뢰와 유대감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함을 말한다.

문제는 ‘혼밥’이 인간의 외로운 감정을 고조시키고, 외톨임을 스스로 느끼게 한다. 요즈음 한국적 현실에서 모든 세대가 삶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근길에 일찍 나서야 하고, 아이들은 정규수업 마치고 이내 학원으로 뛰어다니고, 엄마도 벌이를 위해 시간에 관계없이 바쁘다 보니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또한 직장을 구하려 해도 일자리는 없고 막막하게 집안에서 쉼을 자처하는 청년이 50만 명이 넘으니, 그들은 혼밥을 즐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은 자살,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절망사(死)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한국은 1만 4000명, 하루에 40명이 죽어가고 있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한 생명의 가치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하는지, 정말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된다. 절망사 증가는 단순히 현재 삶의 비교보다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희망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정적 결정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유가 우리 사회의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원인도 있지만, 노인의 빈곤으로 인한 원인보다는, 자신의 질병이나 더한 고독감에 삶을 한탄하며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을 넘는 나이에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하고, 독립적인 부부의 삶을 살다가 한 분이 먼저 가시면 밀려오는 외로움에서 혼밥을 견디다 못해 비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우리 사회가 노인의 여가 및 평생교육의 확대로, 그들을 지역사회로 끌어내어 공동체의 삶의 기쁨으로,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로 보람을 더 해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학교 교육은 부모들의 ‘1등 제일주의’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게 하고, 사교육비는 유치원부터 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문화가 확 바뀌어야 한다. 1등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참다운 사회인으로 사는 삶을 자신이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바로 개인주의가 아닌 이타주의 정신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의 공동체 삶을 터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교에서 자원봉사의 가치를 배우며 이웃을 위해 돌아보는 심성이 학습되어야 하고, 실천하는 행동을 배우는 것이 지름길이다. 왜 세계 경제대국 10위 나라의 행복지수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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