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하단 또 대형 싱크홀…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정부 특별 점검했는데 또 땅꺼짐 발생
'참사 전조' 경각심 갖고 선제적 대응을
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현장 인근에서 또 대형 땅꺼짐 현상이 발생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13일 오전 5시 30분께 부산 사상구 학장동 횡단보도에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어서 통행량이 적었는데다, 동서고가로 교각과 지척이었지만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사상~하단선 구간에 지반 침하 사고가 빈번해 이번이 7번째라는 점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다짐했는데 왜 멀쩡했던 아스팔트가 무너지기를 반복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커녕 이제는 외양간이 무너진 줄도 모르는 것인지 분통이 터진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사상~하단선 현장에서 민관 합동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한 달 전 폭우 때 도로가 침하되면서 트럭 2대가 빠질 만큼 큰 땅구멍이 발생해 공포감까지 조성되자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이 특별 점검에는 부산국토관리청, 국토안전관리원, 국가철도공단, 한국지하안전협회 및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했다. 이때 흙막이공법·차수공법·계측관리 현황을 강도 높게 점검했다는 발표가 나왔고 부산시의 원인 조사와 향후 예방책까지도 점검에 포함됐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해당 구간의 도로에 또 큰 구멍이 뚫렸으니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나. ‘시민이 안전한 도시’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과 하단역(6.9㎞)을 잇는 공사 현장 주변에서 유독 도로 침하가 잦은 것은 연약 지반에서 지하 굴착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빗물 유입이나 노후 상하수도관 파열이 토사 유실과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취약점이 반복 지적됐는데도 불구하고 싱크홀 사고가 계속되면서 주기적인 관리와 점검, 지반 보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력·장비의 열악한 사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2명이 차량형 GPR(지표 투과 레이더) 한 대로 부산 전역을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 신속하고 선제적인 대응은 언감생심인 실정이다.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우연의 결과로 봐서는 안 된다. 심각한 대형 사고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아스콘으로 현장을 덮어 가리는 식의 땜질 처방은 더 큰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예견된 참사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땅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밝힌 다음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야 운전자와 보행자가 안심할 수 있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시공사 등은 그간의 지반 탐사와 현장 점검이 허술했던 것인지 조사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땅꺼짐 사고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결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