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추상화도 아닌데 묘하게 이해 안 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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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성의 '해당화'

이인성의 '해당화', 1944, 캔버스에 유채, 228.5×146cm, 리움미술관 소장. 이미지 유족 제공 이인성의 '해당화', 1944, 캔버스에 유채, 228.5×146cm, 리움미술관 소장. 이미지 유족 제공

이인성(1912~1950) 작품 ‘해당화’는 제목만큼이나 아름답지만 묘하게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무언가 살짝살짝 어긋나는 것이 친숙하게 보이지 않는다. 인간 세상일이 상식과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 그리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인성은 대구에서 태어나 보통학교 시절 ‘세계아동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해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 서동진(1900~1970)에게 수채화를 배우다 일본에서 태평양미술학교를 다니게 된다. 서동진 후원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그는 ‘조선미술전람회’에 1929년부터 1944년까지 매년 출품하면서 ‘천재 작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대표작은 대부분 조선미술전람회와 일본 관전(官展)에 출품했던 것들이다. 1934년 ‘가을 어느 날’ 특선을 시작으로 35년에는 ‘경주 산곡에서’로 조선미술전람회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받았고, 1937년부터 추천작가가 되었다.

관람자 눈에는 평온하고 따스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해당화’는 조선미술전람회가 마지막으로 열린 1944년에 출품한 작품이다. 이때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라 일상은 물론이고 미술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였지만, 욕심껏 크게 그린 그림은 관람자를 압도해 전람회가 열리는 동안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제작 배경이나 설명이 거의 없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당화’는 어떤 역사나 단일한 사건을 이야기(1944년 입적한 한용운을 기린 것으로 해석한 글도 있다)한 것이 아니라, 공간(캔버스 화면)에 서로 연관성을 찾기 힘든 소재들로 구성돼 있다. 여러 소재가 등장하지만 서로 관계가 애매하다. 이 애매함이 가장 크게 보이는 부분은 등장인물의 관계이다. 엄마와 딸들이라고 하기에는 옷차림이나 행동이 우리 경험과 어긋난다. 셋이 자매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어색하다. 행동도 무엇을 하는지 제각각이다. 이런 애매함을 더 조장하는 것은 화면 분위기이다. 무채색으로 된 먹구름이 짓누르는 화면은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인물은 물론이고 뒤에 있는 염소인지 개인지 모를 동물도 정지되어 있다. 또 땅과 바다 그 사이에 있는 구릉 혹은 바위(?)도 논리적 전개로 볼 수 없다.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숨겨놓은 우산, 소라, 잡목들, 심지어 해당화와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까지 비합리적이다.

한마디로 ‘해당화’는 풍경화가 아니라 이인성이 인위적으로 구성한 구상화이다. 기묘하게 어긋나 보이는 것을 늘어놓고 보니, 작가 의도가 이런 것인가 할 정도이다. 그는 아쉽게도 38세 나이에 경찰과 시비로 일어난 권총 오발로 사망했다. 전쟁통이던 1950년, 시대적 역사적 상황을 빗대면 인간사 그런 일은 다반사였을 것이다.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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