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참사는 예견된 비극, 산불 대응 체계 점검해야” [잡히지 않는 영남 산불]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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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중 공무원 등 4명 사망
‘기간제’ 진화대원 고령자 많고
전문 교육 매년 한 차례 불과
공직사회 불안감… 대책 요구

24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성화사 인근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24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성화사 인근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지난 주말 경남 창녕 산불 진화 과정에서 공무원과 진화대원 4명이 숨지면서 산불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후 변화 등으로 산불이 잦아지고 있지만 현장 인력은 부족하고 대응체계도 미비한 점이 이번 사망 사고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도 현장 진화 인력이 충분한 교육·안전 조치 없이 산불 진화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구·군에 소속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진화대원)은 136명이다. 지자체 면적에 따라 5명부터 20명까지 진화대원이 배치돼 있다. 진화대는 산림청이 2003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각 지자체가 산불 조심 기간인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통상 6~7개월가량 운영한다. 이들은 담당 공무원과 함께 8~10명 규모 팀을 이뤄 현장에 투입, 산불 초기 진화와 잔불 정리를 담당한다. 뒷불을 감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번 산청 산불 진화 도중 변을 당한 창녕군 공무원 A 씨도 진화대원 8명과 조를 이뤄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은 산불에 고립됐고, 진화대원 5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A 씨와 진화대원 3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기간제인 만큼 진화대는 대부분 고령 인력으로 구성된다. 부산 진화대원 대다수는 65세 이상으로 기동력이 중요한 산불 현장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18세 이상 주민이면 지원할 수 있으나,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와 더불어 여름철에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특징 탓에 청년층 유입은 쉽지 않은 구조다.

진화대원 모집 공고에는 체력 검정, 면접 등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절차가 명시돼 있으나, 지원자 전반이 고령이기에 평가 취지가 퇴색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15kg 등짐 펌프를 메고 산을 오르는 등 체력 검정을 치르지만, 지원자 대부분이 고령자이기에 상대평가로 선발되는 인원도 연령대가 높다”고 말했다.산불방지기술협회가 제공하는 교육을 매년 한 차례 듣는 것이 전문 교육의 전부다. 산불 대응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림청이 큰불을 잡고 지자체 공무원과 진화대원은 잔불을 잡는다는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시각각 상황이 급변하는 산불 현장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산청 산불 희생자들도 산 중턱에서 잔불을 진화하다 초속 11~15m 강풍이 방향을 바꾸며 불길이 다시 치솟자 순식간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A 씨가 나였을 수도 있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며 이번 사망 사고를 두고 ‘예견된 비극’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불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조경, 벌목 등 산림 업무를 두루 맡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산불 진화에만 특화된 인력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방염복이 아닌 일반 근무복을 입고 산불 현장에 나갈 때도 많다”며 “이번 사망 사고가 남 일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진화대원 선발 규정과 교육 체계 등을 개선해 전문 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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