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 산불 피해 확산… 진화와 복구 총력 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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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덮친 화마 신속한 진압 최우선
정부·지자체, 국가 재난 수준 대응해야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산불 발화지점 인근 야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산불 발화지점 인근 야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전국에서 30여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중 경남 산청·김해, 경북 의성과 울산 울주 산불은 불길이 잡히지 않아 대형 재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21일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4명이 화마에 스러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안타까운 소식까지 전해졌다. 불길과 연기를 피해 주민과 요양병원 환자 1000명 이상이 긴급 대피하는 등 이재민도 속출하고 있다. 화염이 집어삼킨 삼림이 5662㏊, 축구장 8000개 크기다. 지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국가의 모든 재난 대응 역량을 모아 시급히 산불을 완전 진압하고 주민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영남권에 대규모 삼림 소실과 인명 피해, 주민 피난을 초래해 재난 사태까지 선포된 이번 산불이 입산자의 사소한 부주의가 원인이었던 점은 뼈아프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산청 산불은 예초기에서 튄 불똥에 발화한 것으로 파악됐고, 의성은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된다. 김해에서는 주민이 쓰레기를 소각하다 불이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0년 간 발생한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37%)가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15%), 논·밭두렁 소각(13%) 순이었다. 부주의에 의한 산불이 65%이니, 조심했으면 산불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 중 3~4월이 전체의 46%로 가장 많았다. 겨울철에 비해 봄철이 산불에 취약해지는 이유는 계절적, 지형적 요인으로 ‘바싹 마른 화약고’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경남·경북 지역은 몹시 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한편, 일부 지역에서 낮 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20도 안팎까지 올랐다. 작은 불씨 하나로 도화선 불이 번지듯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강풍으로 불꽃이 먼 거리로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은 진화 작업의 복병이다. 봄철에 큰불이 빈발하는 구조적인 이유다. 문제는 부주의와 방심이다. 안일한 안전 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화마가 덮치는 건 시간 문제다.

산불로 인해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되고,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되는 사태는 매우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통상의 산불 진압 작전이 아닌 안보 수준으로 격상해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내놓고 있다. 다수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어서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덮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산불 확산만큼은 막아야 한다. 조기에 완전 진화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피해 복구와 이재민의 일상 복귀가 원활하도록 세부적인 재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 재난 시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여야 정치권은 재난 극복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산불 발화지점 인근 야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군 산불 발화지점 인근 야산에서 산림청 헬기가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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