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통영, 툭하면 멈추는 거제…경남 모노레일 잔혹사
통영, 2021년 8명 중상 차량 탈선사고
시공사·설계사 3곳 73억 원 손배 소송
소송 지연 탓 전면 철거·재시공 늦어져
“운행 재개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거제, 승강장 화재 1년 5개월 만 재개
차량 배터리 문제 등 잇따른 멈춤 사고
9일 선로 화재로 여파로 또 운행 중단
‘포스트 케이블카’로 주목받으며 효자 노릇을 하던 경남의 관광 모노레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2021년 아찔한 차량 탈선 사고를 겪었던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은 책임 소재를 둘러싼 운영사와 시공사 간 법정 공방이 길어지며 하세월이다. 승강장과 차량을 잿더미로 만든 대형 화재 사고 이후 1년 5개월 만에 운행을 재개한 거제 계룡산 모노레일도 반복되는 멈춤 사고로 골칫덩이가 될 판이다.
통영 모노레일은 통영시가 117억 원을 투입해 욕지도 본섬에 설치한 관광 시설이다.
당시 이용객이 급감하던 미륵산 케이블카를 이을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2019년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개통 6개월 만에 일부 레일에서 이상 변형이 확인돼 한 달 넘게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누적 탑승객 18만 명을 넘어서며 사업은 연착륙하는 듯했다.
그런데 2021년 11월 차량이 선로에서 튕겨 나가 탑승객 8명이 크게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개점 휴업 상태다.
통영시가 운행 재개를 위해 안전진단 용역을 의뢰한 결과, 총체적 부실로 기초부터 레일까지 전면 재시공이 불가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요 예산은 63억 원 상당으로 추정됐다.
운영사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시공사와 설계사 3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에서도 차량 앞‧뒷바퀴 베어링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파손되면서 탈선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사고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는 이유다. 소송액은 운행 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 10억 원을 합쳐 73억 원을 청구했다.
그렇지만 소송이 길어지면서 공사는 시작도 못했다. 민사 소송이라 심리 일정이 더딘 데다, 법원 인사까지 겹친 탓이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현장 감정은 2년이 훨씬 지난 작년 7월에야 진행됐다. 통영시는 애초 감정이 끝나면 기존 레일 철거 후 복구공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피고가 감정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포기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기일이 연기돼 오는 26일 4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이날 선고 기일이 잡힐 전망이다.
그러나 소송액이 커 송사가 1심에서 끝날 가능성은 작다.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간을 고려하면 소송이 마무리되고 운행이 재개될 시점은 까마득하다.
통영관광개발공사 측은 “당장은 (재운행)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운행 재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거제 모노레일도 갈팡질팡이다.
거제 모노레일은 거제시 지방공기업인 거제해양관광공사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77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하늘광장에서 계룡산 상부에 있는 옛 미군 통신대까지 왕복 3.54km 노선을 잇는다. 관광형 모노레일로는 국내 최장이다.
거제 모노레일은 2018년 3월 상업 운전을 시작해 누적 탑승객 65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대표 관광시설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2022년 10월 한밤중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운행이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부 승강장 등 건물 2동과 모노레일 차량 15대 중 13대가 잿더미로 변했다. 피해 규모가 너무 커 공사가 엄두를 못내는 와중에 민간사업자인 홍익관광개발(주)이 투자를 제안했다.
홍익관광개발이 110억 원 상당을 투자해 시설을 복구하는 조건으로 궤도사업 운영권을 20년간 양도받는 조건이었다. 이를 토대로 하이브리드 방식 모노레일 차량 25대를 새로 도입하고 노선에 야간경관조명을 달아 볼거리를 더해 지난해 3월 운행을 재개했다.
그런데 재가동 보름여 만에 통신용 보조배터리 방전으로 멈춘 것을 시작으로 불과 한 달 사이 차량 배터리 문제로만 4차례 운행을 중단했다. 이후 설비 개선과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를 통과해 운행을 재개했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에도 배터리 부품 손상으로 앞서가던 차량이 갑자기 정차하면서 뒤따르던 차량이 추돌했다. 이 사고로 다시 운행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21일 운행을 재개했는데, 보름 만인 지난 9일 선로에서 불이나 다시 발이 묶였다.
소방당국의 1차 감식 결과 모노레일 전차선에서 발화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거제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정확한 감식 결과가 나온 뒤에 운행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