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도부 만나고 친윤계와 통화… 시동 건 ‘관저 정치’
석방 뒤 직접 대외 행보는 자제
관저서 권영세·권성동과 만남
나경원·윤상현 등 친윤과 전화
지자체장 비롯 잇단 예방 요청
정치적 메시지 발산 여건 확보
탄핵 돼도 영향력 행사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 구속 취소로 풀려난 지 사흘째인 10일에도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석방 직후부터 여당 지도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과 면담, 통화 등 소통을 이어가면서 ‘관저 정치’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석방 이후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지지층의 결집도가 더 높아지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에도 여권 내부 정치에 대한 ‘그립’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과 업무 보고 계획 등에 대해 “관저에서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 만큼 일단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석방 후에도 법률대리인단과 함께 구속 취소에 따른 헌재 심판 동향을 파악하며 형사재판 대응을 위한 법리 검토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구속 취소와 검찰의 석방 결정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조급하게 여론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직접 내거나 대외 행보를 재개할 경우 부정적 시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진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복귀 첫날인 지난 8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일부를 비롯해 나경원, 윤상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과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과거 구속 기소당했던 분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런 분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고 대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9일 오후에는 관저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 원내대표와 만나 30분가량 차를 마시며 담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투톱’인 이들의 발언과 움직임이 당의 공식 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지금껏 윤 대통령과 직접 만남은 자제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 이들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한 관저 앞 집결이나 탄핵 반대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의 관저 복귀 직후부터 지자체장 등 다양한 여권 인사들의 예방 요청도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입’을 통해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할 여건은 만들어진 셈이다. 윤 대통령이 석방 직후부터 여권 내부의 구심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헌재 결정이 임박할 경우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를 내거나 대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현 상황이라면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더라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당내 경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참모진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석방이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안 대응에도 계엄 사태 초반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전날에는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복귀에 대비해 의료개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즉각 공지를 내고 “기존 발표 정책을 뒤집거나 미리 보완책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일부 참모진은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이나 탄핵 기각 논리를 제공하는 여권 인사, 시민단체의 자료, 언론 기사 등을 공유함으로써 여론 확산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